먼저 하버드 법대에서 지식재산으로 유명한 피셔(Fisher) 교수와 잠시 교수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사무실이 의외로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상큼했다. 그리고 아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교수의 모습에서 멋스러움을 느꼈다. 법과대학의 건물이 아름답다고 했더니, 자신이 이 건물을 건축하는 데 관여했고 이에 대해 자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지식재산의 활용이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주된 관심 사항이라고 했더니, 미국이 이 부분에는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식재산과 관련해선 공개강좌 등 대중교육을 하버드가 도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골프존의 저작권 침해 판결 등 국내 동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보스톤의 지식재산 전문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들과 함께 미국의 지식재산 활용 현황과 국내의 지식재산 활용 등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나라 지식재산 관련 업무 관행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부실한 특허 명세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신들은 지식재산 가치평가, 특허의 포트폴리오 구성 등에 있어서 많은 전문 컨설팅 회사와 같이 일하고 있으며 특허 등 지식재산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적극적인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특허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이를 매각하는 작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지식재산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말도 첨언했다.
이어 법 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하버드 동아시아 연구센터의 램지어(Ramseyer) 교수와도 아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아주 온화한 인상을 가진 램지어 교수는 역시 오랜 일본 생활이 몸에 배어서인지 상당히 친절하게 반겨줬다. 그리고 회사법과 금융법으로 유명한 프라이드(Fried) 교수와도 만남을 가졌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기법에 대하여 좀 알아보고 싶다고 하니, 초기 창업 벤처의 경우는 지분 참여를 통한 경영지도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스톤에 있는 연방지방법원 청사도 연방판사의 도움으로 방문하게 됐다. 배심원의 평결을 위한 회의실, 그리고 판사 전용의 도서관, 배심원석이 있는 법정 등을 보니 새로운 감흥이 생겼다. 차를 한잔하면서 조정의 가장 적정한 시기 등에 대하여 물어보자, 연방판사는 변론전 증거개시절차(discovery)가 끝나고, 공판(trial)에 들어가기 직전에 조정에 회부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조정에 회부하는 건 중 상당수가 당사자 간에 조정으로 해결된다고 소개했다.
매사추세츠 주 변호사협회 주관의 ADR에 대한 세미나도 인상적이었다. 의외로 모두들 조정제도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서다. 그리고 실제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ADR에 대하여 좀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고, 발표자였던 한 변호사가 조정에 의한 조정결정이 한국법상으로는 중재판정과 동일해 뉴욕협약에 의해 조약국 내에서 승인과 집행이 이뤄진 취지로 발표한 데 대해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출장길을 통해 법률시장 역시 급격하게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됐다. 해외 법률시장이야말로 미래의 진정한 블루오션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 법률시장 개방시대를 의기소침해 있지 않고 오히려 해외 법률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