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봄꽃 향연을 부추긴다. 완연한 봄이다. 맑고 쾌청한 봄날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봄날의 유혹은 주말·휴일 늦잠에 빠진 아빠도, 게으름뱅이 삼촌도, 야행성 언니·누나도 문밖을 나서게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나서봐야 꼭꼭 숨은 봄꽃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지금 이 시기 봄꽃 여행의 적지는 남도다.
경남 양산 통도사에는 활짝 핀 홍매화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신라시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에서 비롯된 까닭에 ‘자장매’로 불리는 이 매화는 고고하면서도 화려한 자태가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수령은 약 350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산시 원동면 일대도 매화 명소다. 영포마을을 비롯해 쌍포·내포·함포·어영마을 등에 매화 밭이 조성됐다. 특히 영포리 영포마을에는 매화나무 2만 그루에서 폭죽이 터지듯 꽃망울을 터트린다.
통도사에 홍매화가 필 무렵, 김해건설공고에는 와룡매가 꽃잎을 연다. 매화나무 모양이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매화가 만발할 무렵이면 교정은 꽃을 보려는 사람들과 삼각대에 카메라를 단 사진작가로 넘쳐난다. 이 학교 인근에는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등 가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봄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전남 순천 선암사의 매화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백 년 동안 꽃을 피워낸 고목은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됐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뎌내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나무들이 종정원 담장을 따라 고운 꽃그늘을 드리운다.
순천향매실마을에는 선암사와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산자락을 따라 자리한 마을이 하얀 매화로 구름바다를 이루는 듯하다. 마을 단위로는 전국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매화나무 재배지로 주민들은 매화가 만개하는 시기에 축제도 연다.
전남 장흥의 봄은 동백 꽃망울이 터지면서 시작된다. 특히 용산면 묵촌리 동백림은 수령 250~300년의 고목 140여 그루가 모인 아담한 숲이다. 툭툭 떨어지는 동백 꽃비를 맞으려면 3월 중에 찾는 것이 좋다. 묵촌리는 동학 농민군이 싸운 장흥전투를 이끈 이방언의 고향이기도 하다. 광활한 동백 숲을 보려면 천관산 동백생태숲에 가자. 계곡을 따라 약 20만㎡에 걸쳐 동백 군락지가 형성됐다.
경남 거제의 바다에는 붉게 핀 동백꽃이 해안선 훈풍을 따라 소담스런 자태를 뽐낸다. 장승포항 남쪽의 지심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동백 군락지 가운데 한 곳이다. 원시림을 간직한 지심도의 식생 중 50%가량이 동백으로 채워지며 동백 터널을 만든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4월 하순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추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
지심도에서는 100년 이상 된 동백이 숲을 이룬다. 해안 절벽이 있는 마끝, 포진지를 거쳐 망루까지 둘레길을 걷는 데에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거제도 남쪽 우제봉 산책로 또한 해금강 등 주변 바다 비경이 어우러져 동백꽃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제주 한림공원은 수선화와 매화가 차례로 꽃을 피우며 봄소식을 알린다. 한림공원의 수선화·매화정원에는 60년생 능수매와 20년 이상 된 백매화, 홍매화, 청매화가 일찌감치 꽃을 피운 수선화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꽃동산을 이룬다. 봄꽃 외에도 아열대식물원과 산야초원, 재암수석관, 연못정원, 협재·쌍용·황금굴 등 볼거리가 많다.
노리매에서는 매화를 비롯해 수선화, 유채, 하귤 등 제주의 봄에 한껏 취할 수 있다. 꽃놀이와 함께 제주의 전통 배(테우) 체험도 놓치지 말고 즐기자. 동양 최대의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힐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다양한 동백꽃이 쉬지 않고 피어 늘 붉은 카펫이 깔린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뽐낸다.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