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실물지표 부진에 1분기 경제 성장률도 0%대에 그쳐 6분기 연속 0%대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잇달아 검토 중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17일 “연초 산업생산과 수출 등 지표가 부진하고 소비 심리도 좋지 않아 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성장률이 낮았던 작년 4분기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을 텐데도 0%대라면 경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집행 차질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쳐 9개 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도 이보다 성장률이 크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3년 3분기 1.1%까지 오른 전기비 성장률은 그해 4분기 0.9%를 시작으로 지난해 1분기 0.9%, 2분기 0.5%, 3분기 0.9%, 4분기 0.4%까지 계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1분기도 0%대로 나타나면 6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지속하는 것으로, 2011∼2013년 9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 기록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의 부진을 딛고 올해 1분기에는 경기가 반전할 것으로 애초 전망했으나 연초 실물지표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통상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효과 등으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1분기부터 부진한 성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3% 중후반대로 발표했던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하거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는 전기비 성장률이 4분기보다 크게 높아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2∼4분기에 1%씩 성장해도 연간 성장률은 국내외 기관들의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상찮은 경기 상황에 지난 12일 금리 인하를 단행해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의 막을 연 한은은 올해 1월에 제시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3.4%)를 내달에 다시 하향 조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3.4%를 내놨던 LG경제연구원은 경기 하방 위험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오는 4월 경제 전망을 수정할 방침이다. LG연 관계자는 "1∼2월 등 1분기 수치 흐름을 봤을 때, 금리 인하 등 정책 효과를 어느 정도 감안하긴 하겠지만 기존 전망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저유가가 긍정적이긴 하지만 소비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7% 전망치를 발표한 금융연구원도 하향 조정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연 관계자는 “(3.7%에) 지난해 4분기가 반영이 안 돼 있는데, 4분기를 반영하면 3.3% 정도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수출 부진 등을 고려해서 더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3.7%)과 현대경제연구원(3.6%)도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오는 5월에 거시경제 지표 전망치를 조정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KDI는 지난해 12월에 올해 성장률을 3.5% 내외로 전망하면서 “세계경제가 예상대로 성장세를 회복하고 대내적으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원활히 실행될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당시 KDI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3.8%로 기준을 잡았다. 하지만 IMF는 지난 1월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하향 조정해 KDI가 5월에 기존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외국 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IMF는 지난달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7%로 내렸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10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하향해 처음으로 2%대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데카방크(3.3%→3.0%), 무디스(3.4%→3.0%), IHS이코노믹스(3.1%→3.0%), 도이치방크(3.6%→3.4%) 등도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