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라진 ‘왜’와 ‘어떻게’

입력 2015-03-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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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기자들이 후배들 기사 봐주는 것을 기자들끼리는 ‘데스크를 본다’라고 한다. ‘데스크`란 각 부서장을 의미하는 동시에 평기자들이 취재해 써 온 기사를 죽이고 살리는, 그러니까 독자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선정하는 2차 게이트 키퍼(Gate keeper)이다. 많은 경우 교열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온/오프라인에 노출된 기사를 읽다가 영 아닌데 싶으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니, 이 기사, 데스크는 제대로 본 거야?”

“기사를 발로 써온 것이냐”며 데스크로부터 편집국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혼나 본 망신스러운 경험, 아마 기자라면 누구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배운다. 바른 기사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발로 쓰지 않은, 기사 같은 기사란 사실(fact)에 기반하여야 하며 육하원칙(六何原則)이 딱딱 맞는 기사이다.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 이 여섯 가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이면서 엄마인 나는 집에서도 데스크를 봐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 간 아이의 일기와 독서록 등 모든 글에 대해서다. 맞춤법도 여전히 완벽하지 않아 속을 태우지만 가장 많이 지적하는 건 “육하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아이의 글에는 ‘누가’와 ‘어디서’ ‘무엇을’은 대개 분명하다. 그러나 ‘왜’와 ‘어떻게’는 불분명하다. 아직 자아를 벗어나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기에 육하원칙을 들먹이며 연습을 시켜보고 있다.

그런데 성인인 기자들이 쓰는 기사는 왜 마찬가지인가. 공들여 읽어도 ‘왜’가 ‘어떻게’가 없는 기사가 너무 많다.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고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니 전망하지도 못하는 어설픈 내용이 많다. “나(기자)는 빨리 썼으니 독자인 당신들이 해석해라”라고 던져주는 듯한 기사들이 많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조금 덜 아프게 말하면 아직까지 저널리즘이 첨단 기술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세상에 지체(遲滯)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정보를 빨리 실어 나르는 플랫폼이라는 초기의 각성이 어설픈 망령(亡靈)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가엽게도 속보가 최선이었던 시절은 지났다. 포털 집중적인 국내 환경이 처음엔 이유가 되었지만 지금은 포털 탓만 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뉴욕타임스(NYT) 시민편집인 마가렛 설리번은 지난해 NYT 등 많은 언론사들이 미국의 한 총격사건 범인을 잘못 지적한 이후 이렇게 말했다. “빠른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것이 더 훌륭하다”고.

더 아프게 얘기하자면 조회(클릭)수에 대한 집착이 검색어 낚시질, 즉 어뷰징(abusing)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회수를 높이려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만 조금씩 바꾸어 반복 전송, 포털 검색 순위 상단에 오르게 하는 방법이다. 포털 때문이라고?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답이다. 포털에서 기사가 더 많이 검색되고 그래서 결국 포털에 돈 받고 기사를 파는 일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일들이 없어지지 않는다. 너도 나도 그만두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이다.

외국도 특히 온라인 언론일 경우 검색과 노출에 애를 쓴다.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해 검색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를 통해 유명해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활을 다 거는 듯한 우리나라 같지는 않다.

부지런하지 못해 확보해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영국 BBC 발간 ‘뉴스의 미래’ 보고서에는 우주 정거장에 가 있는 독자에게 3D 프린터로 부품을 전송하는 사진이 실려 있다고 한다(관련 링크: http://www.bbc.co.uk/news/resources/idt-bbb9e158-4a1b-43c7-8b3b-9651938d4d6a). 그런 미래 예측은 새롭지도 않다. BBC 보고서에서 더 눈에 띈 것은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란 전언이다.

‘왜’에 천착해야 하는 것은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기자의 숙명이다. 제목에는 달려있으나 정작 클릭하면 왜와 이유가 없는 글은 기사가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왜’와 ‘어떻게’가 빠진 기사들을 포털에 계속해서 전송하는 치킨게임은 공존의 해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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