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형은행들이 굴욕을 맛봤다. 미국에서 실시한 재무건정성 테스트에서 유럽 은행 2곳 만이 떨어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2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대형 은행 31곳 중 도이체방크 트러스트와 산탄데르홀딩스 미국법인 등 2개 은행만 탈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지난 2009년부터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이 테스트는 은행들이 시장붕괴 등 위기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연준이 앞서 지난 5일 발표한 1차 테스트는 대형은행들이 증시와 부동산시장 붕괴, 실업률 급등,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제상황을 견딜 충분한 자본이 있는지 살핀 것으로 여기에서는 은행 전부 통과했다. 이날 나온 2차 테스트는 은행들이 역풍을 견디면서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실시할 수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었다.
2차 테스트에 실패하면서 도이체방크와 산탄데르는 다른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규모를 늘리는 등 신바람 나게 움직이는 것을 지켜만 보게 됐다. 이번에 떨어진 두 은행은 모그룹이나 주주에 대한 배당급 지급이 제한된다.
모건스탠리는 보통주 배당금을 종전 주당 15센트에서 50센트로 높인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은행도 배당금을 7%,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12% 각각 올릴 계획이다.
도이체방크와 산탄데르는 자본확충과 프로세스 재정비 압박을 받는 한편 주주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4억4100만 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했지만 여전히 소매금융 분사 등 기업구조 재편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산탄데르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테스트에 떨어지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통과했지만 ‘조건부 합격’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연준은 은행 계획이 아직 미진하다며 오는 9월까지 추가 보완책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는 초기 계획이 반려되자 다시 수정해서 테스트를 통과했다.
지난해 테스트에 실패했던 씨티그룹이 이번에 합격점을 받으면서 사임 압박을 받던 마이클 코뱃 최고경영자(CEO)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은행은 1억8000만 달러(약 2027억원) 이상을 들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통과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만 월가는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은행들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을 확충하도록 독려하기 보다는 결함을 찾는데 치중해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크레딧리요네증권(CLSA)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대형은행에 벌칙을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의회가 대형은행들을 더 힘들게 다루기를 원하면 연준은 이를 따르기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