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사원부터 차장까지 통일해 사용해왔던 ‘매니저’ 직급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9~10일 이틀에 걸쳐 전 계열사에 이 같은 지침을 통보했다.
‘매니저’ 직급은 그동안 서열을 나타내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의 수직적 조직관계에서 탈피해 수평적 관계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목적으로 실시됐다. 특히 직위가 낮은 직원들의 개인 역량을 우선시하겠다는 기업문화의 일환으로 평가받았다.
해당 직급의 도입 당시 한화그룹은 업무 역량에 따른 승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제도 혁신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만 3년이 채 안 돼 이 제도를 갑자기 폐지키로 하면서 호칭 변경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인수한 삼성 계열사들과 같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외부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매니저 제도를 시행하면서 차장, 과장 등의 구체적인 직급을 다시 물어보거나 하는 등의 불편을 초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와 외부 의견을 수렴해 기존 직급 제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복귀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장남인 김동관 상무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매니저’ 제도가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가 없자 김승연 회장이 복귀하면서 다시 원래 직위체계로 복귀시켰다는 해석이다.
재계에 따르면 김 상무는 한화의 조직문화를 조금 더 유연하게 바꿔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니저’ 호칭이 도입된 배경이 됐다는 것. ‘매니저’ 제도가 본격 시행된 것은 공교롭게도 김 회장이 부재 중이던 2012년 8월 이후인 2012년 11월부터다. 이 때문에 김 회장 부재시 시행했다가 김 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면서 직급 체계가 다시 원위치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이같은 해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외에도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그룹은 “다른 그룹들도 ‘매니저’ 제도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쓰다가 맞지 않으면 다시 바꿀 수도 있는 것처럼, 실험이 실패했다기보다 한화가 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