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증류주의 일종인 ‘파이어볼(fireball)’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크리넥스’가 티슈의 대명사가 된 것과 같은 이치다.
3일(현지시간) 주류 시장조사업체인 임팩트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향이 가미된 증류주(the flavored liquor, 플레이버 위스키)의 판매량은 400만 케이스에 달해 2011년의 81만 케이스에서 대폭 증가했다.
플레이버 위스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브라운포맨 제품 중 가장 인기있는 잭다니엘은 이번 주에 위스키 ‘테네시 파이어’의 판로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빔산토리(이하 짐빔)는 작년 8월 출시한 버본 위스키 ‘켄터키 파이어’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개월여 전에 유럽에서 오리지날 시나몬 위스키가 회수된 건과 무관하게 미국에서 파이어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작년 가을, 파이어볼이 허용량을 초과하는 식품 첨가물 프로필렌 글리콜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제락컴퍼니의 오리지날 ‘아토믹 파이어볼’ 회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사제락의 회수 건은 미국에서의 판매량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까지 52주 간 미국 내 시나몬 위스키 매출액은 90% 증가한 2억4690만 달러에 달했다. 이에 대해 사제락의 마크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에서의 회수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플레이버 위스키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위스키 전체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WSJ는 플레이버 위스키의 인기는 지난 10년간 보드카를 둘러싸고 일어난 현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앱솔루트, 스미르노프, 파나클 등 보드카 브랜드들은 실란트로(고수), 마시맬로, 시나몬 등의 맛을 곁들여 판매를 늘렸다. 그러나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3개 브랜드의 매출은 1~2% 감소했고 플레이버 보드카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이와 관련, 일부 위스키 업체들은 플레이버 위스키가 플레이버 보드카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 업체는 위스키에 꿀, 체리, 루트비어 등을 첨가, 달콤한 향을 선호하는 21~27세 소비자를 겨냥했다.
하지만 파이어볼의 매출은 테네시 허니와 체리 버본 등 잭다니엘과 짐빔의 플레이버 버전을 크게 웃돌고 있다. IRI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파이어볼의 매출은 1억3070만 달러에 이르렀으나 잭다니엘의 플레이버 위스키는 4370만 달러, 짐빔은 2250만 달러에 그쳤다.
잭다니엘은 이번 주, 테네시 파이어의 판매 지역을 8개주에서 50개주로 확대하고 향후 3개월 간 1000개 이상의 바(bar)에 약 20만개에 달하는 샘플을 비치하는 등으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가격은 병당 22.99달러로 파이어볼보다 약 7달러 비싸다.
짐빔도 켄터키 파이어의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8월에 이를 출시한 회사는 2월에 TV 광고를 시작했다. 전미대학경기협회(NCAA)의 농구선수권대회 개최 시기에 맞춰 인터넷 광고를 서둘러 진행했다.
다른 브랜드도 파이어볼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디아지오(Diageo)는 지난해 시나몬 위스키 ‘제레미아 위드’를 출시하고 ‘헤븐힐 파이어볼’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브랜드를 ‘에반 윌리엄스 시나몬 위스키’에서 ‘에반 윌리엄스 파이어’로 바꿨다.
아서 샤피로 위스키 전문 컨설턴트는 “이들 브랜드는 모두 강력한 유통망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파이어볼의 급속한 성장세를 일부 탈환할 수 있지만 따라 잡기기는 힘들다”며 “잭다니엘 없는 상점과 바가 없기 때문에 약간의 효과는 있겠지만 아무도 파이어볼을 압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파이어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제2의 크리넥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나타냈다. 티슈 업체인 크리넥스 브랜드는 회사의 소유주였던 바바라 크리넥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다양한 용도로 보급이 일반화하면서 티슈의 대명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