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둔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매장에서 만난 천야민(19·이하 가명)양은 자동차부품 사업을 하는 아버지 천정춘(42)씨와 어머니 쾅후이(37)씨, 남동생 천스쾅(12)군과 함께 서울에 왔다.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천씨 가족의 24시간을 들여다봤다.
일일 동행 취재를 약속한 이틑날 아침, 천씨 가족이 묵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쾅씨는 여행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애초 일본에 가려고 했지만, 남편과 딸이 (한국을) 좋아해서 바꿨다”고 말했다. 그녀가 느낀 한국의 첫인상은 “맛있는 음식이 많고, 택시 기사분들이 친절해서 정말 좋았다”였다. 쇼핑은 중국인 관광객들에 빼놓을 수없는 즐거움. 쾅씨는 “여행 경비를 뺀 쇼핑 예산은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도락’ 자유 여행 즐겨= 이날 천씨 가족의 관광 일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남산타워를 방문한 뒤 홍대 근처 헤어숍을 들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첫 번째 목적지인 남산타워에 올라 여느 관광객들처럼 사진을 찍고,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전경을 감상하며 연신 즐거워했다.
남산타워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낸 천씨 가족은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 신라면세점으로 향했다. 쾅씨는 기자에게 “롯데면세점에서 340만원짜리 가방을 사려다가 원하는 색상이 없어서 못 샀는데, 신라면세점에 있다고 해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면세점 직원이 신라면세점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확인해 줬다”면서 “두 면세점은 경쟁사일 텐데 서비스가 정말 훌륭하다”고 감탄했다.
천씨 가족은 한국 음식을 좋아해 중국 본토에서 추천한 음식점보다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을 찾아다녔다. 쾅씨는 “어제는 떡볶이랑 찜닭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면서 “주변에 한국 음식이 입에 안 맞아 못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가족은 다행히 잘 맞는다”고 말했다. 천씨는 기자에게 내일 저녁엔 1인당 2만~3만원 가격대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며 추천을 부탁하기도 했다.
헤어숍 예약시간이 4시인 탓에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미용실에 도착하자마자 아빠인 천씨는 이발을 위해 자리에 앉았고, 파마를 하기로 한 엄마와 딸은 헤어디자이너와 각각 자신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고르며 상담을 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은 노량진 수산시장이었다. 이들 가족은 평소 중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싱싱한 회와 전복, 새우 소금구이를 먹은 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통 큰 소비’ 4박5일 경비는 총 3000만원= 천씨 가족은 단체 관광객들의 여행 일정, 소비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쇼핑은 기본으로 즐기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며 여유로운 여행을 즐겼다.
이날 하루 천씨 가족이 쇼핑을 제외하고 식사와 헤어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100만원 정도. 천씨 가족은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 롯데면세점과 명동 일대를 쇼핑할 예정이다.
천씨 가족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온라인 면세점에서 ‘미샤’ ‘후’ ‘리더스팩’ 등 2만 위안(약 352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구입했다. 한국에 입국한 다음날에는 ‘버버리’와 ‘폴로’ 등에서 천씨의 정장과 천군의 옷을 구매했고 ‘루이비통’과 ‘토즈’에서 쾅씨의 신발을 구입하는 등 쇼핑으로만 6만 위안(약 1056만원)을 썼다.
쾅씨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 ‘프라다’에서 신어 본 구두를, 천씨는 200만원대 캐시미어 코트를 구매할 예정이다. 쾅씨가 찜해 둔 340만원대 B브랜드 가방도 쇼핑 리스트에 올라 있다. ‘후’와 ‘헤라’에서 화장품까지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어서 하루 동안 700만원이 넘는 쇼핑을 할 계획이다. 당초 예상한 10만 위안보다 더 많은 12만 위안(약 2100만원)을 쇼핑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경비는 1인당 평균 232만원으로 나타났다. 천씨 가족은 평균 경비의 3배 가까이를 지출하는 셈이다.
천씨 가족은 의류와 가방, 화장품 등의 쇼핑은 대부분 면세점에서 했다. 외국인 할인에 호텔 할인이 더해져 더욱 싸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씨 가족에게 다음 번에 또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 있는지 물으니 “스(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천양은 “가족이 한국에 처음 왔는데 다들 정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다음 번에는 부산이나 제주도 등 한국의 다른 도시들도 방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