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잘 나가는’스타트업이 증시상장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터넷, 소프트웨어, 소비재 기업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비상장 신생기업들이 외부 투자금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업공개(IPO)를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시상장 없이도 투자금이 알아서 들어오니 IPO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IPO 시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IPO 분석기관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273개 기업이 증시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닷컴버블’ 당시인 지난 2000년의 403개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다. 그러나 WSJ는 잘 나가는 업체들이 IPO 시장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고 지적했다. 다우존스 벤처소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은 40개에 달했다. 2014년 연초보다 몸값이 10억 달러인 기업이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최근 460억 달러의 몸값을 인정받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대표적인 예다. 샤오미는 지난해 말 11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 460억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IT 스타트업 중 단연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 그러나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 IPO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단 샤오미만이 IPO 시기를 늦추는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 대학의 제이 리터 교수에 따르면 2000년 당시 IPO에 입문하는 신생기업의 연령은 평균 5세였다. 그러나 지난해 증시상장에 나선 스타트업의 평균 나이는 11살이었다. 그만큼 신생업체들이 IPO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의 비상장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IPO 주간 수수료로 쏠쏠한 수익을 챙겼던 월가 은행들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일부 월가 은행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모방식(private offering) 등을 통한 투자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가 훗날 이들 스타트업이 상장할 때 인연의 끈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 베팅이다. 특히 일부 기업은 증시 상장을 두고 은행보다는 투자자들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과거와는 상이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은행들이 사모방식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은행이 신생기업과 직접적인 관계 맺기에 나선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크레이그 리 상무이사는 “변한 것은 기업들이 매우 빨리 스타트업에서 투자를 견인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IPO 실시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