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과학자가 물방울을 굴러 떨어지게 하는 특수한 표면 구조를 만들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기계항공공학과 김창진 교수는 물체 표면에 지름이 20㎛인 못을 100㎛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배열한 미세구조로 만든 결과 모든 종류의 액체를 밀어내는 ‘초강력 소수성’을 갖는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습기제거제로 널리 쓰이는 실리카(SiO₂)의 표면을 이 미세 구조로 만든 뒤 물과 메탄올, 강력한 유기용매인 과불화헥산(perfluorohexane)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한 결과 모두 표면을 적시지 못하고 방울이 돼 굴러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물에 젖지 않게 하는 데에는 많은 성공이 있었지만 과불화헥산에 젖지 않는 표면구조를 만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액체가 물체 표면에 떨어졌을 때 적시느냐 못 적시느냐는 표면을 이루는 물질의 성질과 구조, 액체의 표면장력 등에 따라 결정된다. 표면구조가 연꽃잎처럼 액체를 밀어내는 형태일 때, 표면장력이 클 때는 표면이 액체에 젖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실리카를 이용해 3차원 에칭기법으로 표면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못을 세우고 못대가리 형태를 병뚜껑처럼 만들었다. 액체와 표면 사이의 접촉각을 이론적으로 180도가 되게 해 표면장력이 작은 과불화헥산까지 밀어낼 수 있도록 했다.
김창진 교수는 “이 표면구조는 고분자 코팅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0℃ 정도의 고온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인체에 사용하는 각종 관 등 생의학적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액체와 접촉하는 분야에는 널리 사용할 수 있지만 물체와 충돌해 미세구조가 파괴될 수 있는 제품에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