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개봉했던 톰 크루즈 주연의 헐리웃 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스포츠 에이전트를 소재로 한 영화다. 잘 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였던 주인공이 돈을 쫓기보다 선수 권익 보호에 집중하기 위해 거대 에이전시를 박차고 나와 자신이 맡은 선수와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계에서는 '제리 맥과이어'가 있을 수 없다. 한국 야구위원회(KBO)는 사실상 에이전트 자체를 두지 못하게 하는 금지규약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엘리트 선수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선수들은 구단과 연봉 등 처우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는 지적이 변호사업계에서 제기돼왔다. 해외에서는 변호사가 선수를 대리해 연봉협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선수의 에이전트로 국내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스콧 보라스도 변호사 출신이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지방변호사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는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조치하고 "KBO는 에이전트에 의한 연봉협상을 즉시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연봉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에이전트 제도를 금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서울변회는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각종 기록을 분석해 제시하기가 쉽지 않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구단과 동등한 지위에서 협상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KBO는 '선수는 변호사인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약을 2001년에 제정했지만, 제도 시행일을 무기한 연기하는 단서규정을 따로 둬 사실상 에이전트를 통한 연봉협상을 금지해왔다. 서울변회는 이 단서조항을 삭제해줄 것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