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인 핌코가 ‘채권왕’ 빌 그로스의 부재와 함께 올해 막대한 자금 이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핵심 경영진 이탈 등 내분을 겪는 사이 경쟁사들이 투자금 유치에 열을 올린 탓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펀드조사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올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펀드 10개 중 5개가 핌코가 운용하는 펀드였다. 이들 5개 펀드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은 1000억 달러(약 110조8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최대 규모 자금 이탈이다.
전문가들은 핌코의 수익성 악화가 창업자인 그로스가 사임한 9월 전부터 시작돼 그의 사임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그가 핌코에서 개인적으로 운용했던 토탈리턴펀드와 무제약 채권펀드(unconstrained bond fund)는 올해 가장 많은 투자금이 이탈된 펀드에서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그로스의 운용 펀드 중 대표격인 토탈리턴펀드는 올해 75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핌코를 빠져나간 투자금이 경쟁업체인 뱅가드와 메트웨스트(MetWest), 골드만삭스 등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스는 지난 9월 26일 “대규모의 복잡한 조직 관리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뒤로하고 채권 시장과 투자에만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핌코에서 사임해 경쟁사인 재너스캐피털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가 해고될 위기에 놓이자 움직였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