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지분을 계속 매입하며 단숨에 대주주로 떠올라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1년여 전에 M&A 전문가인 전중규 대표이사를 경영 일선에 세운 것이 후일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추측도 이어지며 최근 금호산업 지분인수가 M&A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전중규 당시 상임감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전 대표이사는 1971년 광주상고를 졸업하면서 바로 외환은행에 들어간 후 40년 동안 줄곧 기업 여신분야에서 재직했고 여신본부 부행장(COO)까지 지냈다.
그는 외환은행에서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주도했고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현대종합상사 등 대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성공시키면서 M&A분야에서 몇 안되는 전문가로 손꼽힌다.
2001년 경기도 여주 스카이밸리CC를 시작으로 2010년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 등 골프장사업에도 투자했다. 2011년에는 광주·전남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을 인수하기도 했다.
앞서 호반건설은 기존 금호산업 171만4885주(5.16%)를 204만8000주(6.16%)로 늘렸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며 단일 주주로서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금호산업 채권단이 가진 금호산업 지분은 57.5%다. 이중 과거 대우건설에 투자한 미래에셋 3호 사모펀드(PEF)가 8.83%를 보유해 단일 최대주주다. 하지만 채권단이 가진 주식의 경우 채권단에 속한 회사만 수십여곳에 달하고 이중 각 회사들이 가진 보유지분은 3% 안팎이 대부분이다.
경영자인 박삼구 회장의 지분도 5.35%에 불과하고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5.15%를 가지고 있다.
채권단이 매각할 예정인 금호산업 지분은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 청구권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이 해당 지분을 모두 가져오게 되면 지난 2010년 채권단에 넘겨준 경영권을 완전히 되찾고 워크아웃도 종료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매각공고 전이라 지분 인수에 얼마가 들어갈지 알 수 없지만 박 회장은 사재를 털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어 또다시 사재로 지분을 매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때문에 호반건설의 지속적인 지분 매입 배경에 많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흑기사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주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반건설의 자금력은 만만치 않다. 오너인 김상열 회장이 2010년부터 무차입경영을 해와 재무구조가 가장 튼튼한 건설사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부채비중이 16%에 불과하고 이익잉여금만 5972억원에 달한다.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실제 현금 규모도 3000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호반건설의 기반지역인 호남지역에서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진짜 관심은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설도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에서 최상위 회사로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에 대한 지배권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M&A에 나선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설’ 일뿐 호반건설의 주장대로 단순 차익을 보기 위한 ‘투자’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과 함께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연속 6거래일 주가가 올랐고 그 동안 상승분만 65.34%에 달한다. 최근 3거래일(13, 14, 17일)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매입금액을 생각하면 이미 상승분 이상의 차액을 거둔 셈이다.
또한 호반건설의 경영스타일이 그 동안 극히 보수적이었다는 점도 단순 투자라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최근 제기된 쌍용건설 인수설에도 공식적으로 거부의사를 냈다”면서 “회사 경영진이 확장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금호산업 지분 인수 역시 확실히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