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제조업체 농심과 오뚜기가 미국에서 가격 담합 혐의로 수천억 원대 집단소송에 휘말리게 됐다고 13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 법조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은 지난 4일 농심과 오뚜기, 그리고 이들 업체의 미국 현지법인을 상대로 현지 대형 마켓 등이 신청한 집단소송을 승인했다.
윌리엄 오릭 판사는 판결문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7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 라면제조 4개사에 가격담함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한 사실을 거론하며 집단소송 진행 의사를 밝혔다. 오릭 판사는 오는 25일 향후 재판 일정 등을 정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번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미국의 대형 마켓인 플라자컴퍼니와 피코마트 등이다. 이들이 신청한 집단소송에는 캘리포니아 주내 식품점·마트 300여 곳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을 근거로 미국 수입업자와 일반 소비자가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 측 논리를 수용, 이번 집단소송을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당시 국내 라면제조 4개사가 2001년 5∼7월 가격 인상부터 2010년 2월 가격 인하 때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각사의 라면 제품 가격을 정보교환을 통해 공동으로 인상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함께 담합 및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내렸다. 오릭 판사는 그러나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 LA의 한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가 집단소송 대상에서 빠진 것은 가격담합 가담 정도가 덜하고, 이들의 소명 이유가 근거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판결문에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지만, 원고가 제기한 배상액규모는 8억 달러(8781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은 국내 라면제조사들의 가격담합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가격담합을 했다는 전제로 집단소송을 개시하겠다는 의미”라며 “향후 벌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집단소송은 LA 한인마트인 플라자컴퍼니 등이 지난해 7월 집단소송 승인 요청을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매사추세츠·미시간·플로리다·뉴욕 주 등에서도 대형 로펌들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