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 GS그룹 오너가 내부에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GS그룹 내 코스모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경수 회장이 허창수 회장과의 친인척 계열분리를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 사항을 완전히 충족시킨 것으로 나타난 것.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은 8월말부터 지난 24일까지 자신이 보유 중인 GS 주식 82만4009만주를 시장에 내놨다. 거래 횟수는 19회로 사실상 2~3일에 한 번꼴로 GS 주식을 매각한 셈이다.
또 허경수 회장이 매각한 지분은 모두 허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허연수 사장이 사들인 GS 주식은 74만5560주다. 나머지 8만여주는 허연수 사장의 아들인 원홍군과 성윤양의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말 이후 GS 주가가 4만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허경수 회장은 32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손에 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허경수 회장은 GS 주식 매도와 함께 다른 행보도 보였다. 주식 판 돈을 고스란히 코스모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코스모앤컴퍼니에 빌려 준 것. 허경수 회장이 지난 8월 이후 지난 24일까지 11회에 걸쳐 회사에 빌려준 돈은 200억원에 이른다. 여기까지만 보면 친동생이 사비를 털어 형 회사의 회생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GS그룹이 중대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경수 회장이 GS그룹 허창수 회장으로부터 완전히 친인척 계열분리를 하기 위한 법적 조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오너가의 친인척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지분과 임원 겸임, 채무보증 등의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허경수 회장은 그간 허창수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GS그룹 계열사와 임원 겸임 및 채무보증 거래 등을 하지 않았다. GS그룹 계열사들도 허경수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코스모앤컴퍼니와 자회사들의 자금 사정 악화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지원에도 나서지 않는 등 허창수 회장과 허경수 회장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친인척 계열분리를 하지 못한 것은 허경수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GS의 지분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경수 회장은 8월 이전까지 GS의 지분 3.15%를 보유하고 있었다. 계열분리에 대한 지분 조건인 3% 미만(상장사 기준) 보유 기준을 웃돌았던 셈이다. 이는 최근 허경수 회장이 보유한 GS 지분 중 82만주를 매각하면서 2.28%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허경수 회장이 GS그룹 계열이라는 메리트보다 친인척 계열분리를 통해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GS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지원을 사실상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스모앤컴퍼니 등에 대한 빠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 간 채무보증 금지와 상호출자 금지, 내부거래 등의 규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허경수 회장이 사비 수백억원을 털어 코스모그룹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점도 허창수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로 읽히고 있다.
GS그룹 측은 친인척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해 “허창수 회장의 의지에 달린 사항”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