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는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을 판단할 때 정부 내부적으로 살펴보는 고용지표가 있다. 중국 정부가 조만간 리 총리의 ‘비밀무기’인 새 실업률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리 총리는 올해 수 차례나 “충분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한 지금의 낮은 경제성장세를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3%로 2009년 1분기 이후 5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자제하는 등 침착성을 보이는 근거에 비공식적인 실업률 통계가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해당 지표는 설문조사에 기반한 것으로 지금의 공식 실업률 통계와는 다르다. 차이팡 중국 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새로운 고용지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통계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분기마다 도시 실업률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 공식통계에는 도시 후커우(호적)가 없는 농민공이 빠져 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가고 있다. 현재 중국 농민공은 2억명이 넘는다. 정부가 새로 공개할 실업률 통계는 바로 이 농민공 상황이 반영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성라이윈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전날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한 자리에서 “조만간 지금보다 더 포괄적인 실업률이 나올 것”이라며 “현재 이 지표의 품질은 매우 좋다. 이에 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 자료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대변인의 발표에 전문가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성장률이 5년래 최저 수준에 그치는 등 경기가 냉각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등 전면적인 부양책을 실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인내력을 보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
주하이빈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현재 실업률은 믿을 수 없고 쓸모 없다”며 “좋은 실업률 통계가 없는 것이 중국이 여전히 GDP에 너무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 이유”라고 말했다.
딩솽 씨티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의 새 실업률은 미국 통계처럼 매우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월 나오게 될 실업률 지표는 중국 경제의 맥박을 잡을 수 있는 진정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또 중앙정부 산하 국가통계국이 집계해 지방정부에 의해 통계가 왜곡될 위험도 낮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가끔 새로 공개될 실업률을 언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7월 웹사이트 “31개 도시에서 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6월에 5.05%로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 공식 실업률은 2분기 4.08%로 새 실업률과 1%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으며 전분기 대비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