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들의 성장이 막혔다. 각종 규제와 제한으로 대기업으로 성장을 꺼리게 만드는 ‘피터팬 증후군’이 이젠 중견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을 외치는 한국경제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팹리스(설계) 중견기업인 실리콘웍스는 최근 중소기업청의 중소‧중견기업 지원사업인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의 자격을 상실했다. 지난 5월 LG에게 인수되면서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월드클래스300 사업의 자격 요건에서 벗어나 지원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 계열사가 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종자업계 중견기업인 농우바이오도 최근 농협중앙회로 인수되면서 월드클래스300 지원사업 자격을 박탈 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농우바이오 측은 예외 조항이 있는 ‘농협법’을 근거로 한 법률 해석을 중기청 측에 전달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정용동 농우바이오 대표는 “관련 지원을 받기 위해 R&D사업과 인력들을 구성한 상태여서 회사 입장에서도 절박한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같이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하거나 분류된 중견기업들은 바로 정부 지원이 끊기는 상황에 처한다. 중소기업 범위에서 벗어나 정부 지원이 약해진 상황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지원이 유예 기간도 없이 즉시 끊기는 셈이다. 여기에 대기업에 준하는 각종 규제들까지 중견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기존 중소기업들의 문제였던 피터팬 증후군이 중견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낀 중견기업들이 더 이상의 성장을 꺼리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동기 한국중견기업학회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은 “최근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이 너무 적다”면서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이 각종 제한으로 성장을 꺼리는 모습은 향후 한국경제에도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