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격은 오르고, 위약금은 늘고, 요금제는 높아졌습니다.”-서울 마포구 이모 대리점주
야심차게 출항했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산으로 가고 있다. 단통법의 최대 목적은 휴대폰 가격과 통신요금을 떨어뜨리고, 저가 요금제에서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세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위기에 놓인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을 하루빨리 손보지 않으면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이 처음 시행된 1일 이동통신3사는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을 10만~15만원으로 결정했다. 기존에 27만원을 지급하던 것과 비교하면 12만~17만원이 비싸진 셈이다.
위약금도 늘었다. 단통법을 통한 보조금 혜택을 보려면 반드시 2년 약정으로 가입해야한다. 때문에 중간에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번호이동을 하려면 그 동안 받았던 할인혜택을 모두 물어야 한다. 기존에는 번호이동을 하는 통신사에서 보조금을 지급해 위약금을 사실상 면제해줬다.
요금제 역시 높아졌다. 이통사의 상품은 그대로이지만, 보조금을 더 많이 받으려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해서 ‘가격고정효과’라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당장 휴대폰 출고가를 떨어뜨릴 순 없으니, 이통사에게 보조금을 올리라는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위원장은 단통법이 시행된 첫날인 1일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통3사 임원들에게 “보조금이 너무 적은 것 같다”면서 “(보조금을) 올리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위약금 제도를 다양화해 위약금 부담을 줄이고, 고가요금제 가입 유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와 이통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선 대리점은 그야말로 ‘파리날리는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물론 불법 보조금이긴 하지만,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이통3사 모두 50만원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해 고객이 북적였다”며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어제(1일) 겨우 3대밖에 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분리공시를 사수하지 못한 게 엄청난 타격이다”며 “당장이라도 단통법을 손보지 않으면 부작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