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 상한 이하로 묶어두려면 연간 약 7%씩 지속적으로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미진하다. 특히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확산 등으로 우리나라 일회용 종이컵 소비량은 크게 늘고 있음에도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해 낭비를 줄이려는 문화는 정착되지 않았으며 재활용을 위한 회수율도 낮은 편이다. 자연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종이컵 사용량은 135억 개 정도. 종이컵 1개를 생산하고 소비·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약 11g인 점을 고려하면 일 년치 종이컵을 만들 때 무려 14만85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종이컵의 과도한 사용만 자제해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에 이투데이와 환경시민단체 환경재단은 ‘환경이 경제다’(eco is eco)라는 슬로건 아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지 않는 350ppm까지 줄이자는 내용의 기후변화방지 ‘350캠페인’을 함께 전개해 나가고 있다. 환경보전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 환경을 통한 지속가능 발전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취지다.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의 생산·소비·재활용 현황과 유해성, 시민 설문조사, 실천기, 해외사례, 정책제언 등을 기획기사 시리즈를 통해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사용 절감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싣는다.
기후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일회용 종이컵 대신 개인 컵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개인 텀블러를 갖고 다니며 일회용 컵 대신 이용하는 시민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거리나 카페에 일회용 컵이 넘쳐나는 이유였다.
환경부와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은 대부분 텀블러 이용 시 음료가격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하루 이용 고객 수는 1~3명에 그쳤다. 텀블러를 가진 소비자들이 많음에도 휴대가 불편하고 세척이 어려워 번거로워 실생활에서 사용 빈도는 낮은 만큼 음료 할인, 포인트 적립 외에 세척서비스 등의 부가 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명 중 7명 이상 텀블러 있지만 대부분 집사무실에서만 사용 = 환경재단이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9일까지 전국 시민 69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등의 방식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78%가 개인 텀블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텀블러 보유자들의 구입경로를 보면 직접 구매했다는 응답이 47%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며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음’(29%), ‘후원경품’(2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텀블러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응답자 중 향후 보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62%가 ‘무료로 받게 될 경우 가질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15%는 구매를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개인 텀블러를 갖고 있었지만 전체 응답자의 31%만이 텀블러를 평소 휴대하면서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집과 사무실 등에서 주기적으로 사용하거나’(40%), 집과 사무실에서 보온이나 보냉 용도로만 사용한다’(24%)가 주였다.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였다. 텀블러를 가진 이들은 10명 중 3명만이 길거리나 카페 등에서 텀블러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텀블러를 직접 구매해 보유한 시민은 많은데도 일회용 컵 사용량이 크게 줄지 않은 까닭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의 비중은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유도 ‘장시간 보냉보온이 가능해서’(27%), ‘포인트 적립 및 할인 혜택 이용을 위해’(18%), ‘일회용 컵에 비해 내용물이 흐르지 않아서’(7%) 등 기능적 필요성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환경보호를 위해서’라고 답한 이들이 전체의 44%에 그쳐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제고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커피전문점서 텀블러 이용 가능…10곳 중 6곳 할인 혜택= 환경부는 지난 2002년 일회용 컵 1개당 50~100원에 판매하고 되가져오는 컵에 대해서는 이 금액을 즉시 환불해주는 컵보증금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미반환 보증금 내역 관리가 불투명하고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국민의 편익 침해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2008년 3월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2009년 커피전문점 등과 다회용 컵 사용 시 할인 혜택 등을 담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에 나섰다. 작년 5월에도 스타벅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커피,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할리스커피, 투썸플레이스, 카페 파스쿠찌, 커피빈, 카페 네스카페, 자바씨티, 카페두오모, 크리스피크림 등 13개 브랜드와 함께 일반 컵이나 텀블러를 갖고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가격 할인 혜택을 주는 내용의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이들 업체는 오는 2020년까지 매년 매장당 음료 판매량 대비 일회용 컵 사용량을 전년 대비 3%포인트 이상 줄이기로 약속했다.
실제 환경재단이 서울 소재 주요 브랜드 커피전문점 12곳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결과, 이 중 11곳에서 개인 텀블러 이용이 가능했으며, 8곳이 텀블러 이용 시 음료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또 텀블러 할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커피전문점 대부분이 텀블러 등 개인 컵으로 주문할 때 100원에서 300원까지의 가격 할인 혜택을 줬다.
던킨도너츠이디야 커피 등은 텀블러 이용 시 구입 음료가격에서 100원, 스타벅스커피빈카페 파스쿠찌투썸플레이스(텀블러 구매시 음료 무료)빈스앤배리즈(자사 텀블러에 한정) 등은 300원을 할인해 줬다. 할리스커피만 음료가격의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에서 텀블러 이용 시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8%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혜택 사항이 ‘카페음료 가격할인’이라는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이들도 전체의 80% 이상에 달했다. 커피전문점별로는 스타벅스의 할인 혜택에 대한 인지율이 50% 정도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할리스커피(11%), 투썸플레이스(8%) 등의 순이었다. 가장 만족스러울 만한 텀블러 사용 혜택으로도‘음료 가격할인’이 82%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카페 텀블러 이용객수 ‘많아야 하루 3명’…홍보 부족 탓= 이처럼 대부분 카페에서 텀블러 이용이 가능하고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많았지만 조사 대상 커피전문점 중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하루 이용객수는 1~3명에 불과했다. 적을 경우 한 달에 4~5명에 그쳤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커피전문점에서 텀블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뭘까. 이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9%가 ‘휴대가 불편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더 편하다’(16%)였다. ‘카페에서 텀블러 이용을 싫어한다’는 응답도 5%나 됐다. 기타 의견(30%)으로는 ‘혜택에 대해 잘 모른다’, ‘세척이 쉽지 않다’ 등의 응답률이 높았다. 텀블러 미보유자 중 상당수(33%)도 휴대성이 낮고 세척이 번거로워 아예 개인 텀블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전문점의 홍보가 부족한 영향도 컸다. 조사 결과, 텀블러 이용 시 할인 혜택 사실을 고객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계산대 옆에 안내 팻말이나 포스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곳은 던킨도너츠와 스타벅스 2곳뿐이었다. 나머지는 별도의 텀블러 관련 홍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디야 커피와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의 경우 ‘본사 지침에 따른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텀블러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텀블러 사용 빈도는 높은 편이지만 사용 공간이 한정적인 데다 기능적인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무료로 지급된 다회용 컵 이용을 활성화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컵 자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막연히 할인 혜택이 있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특정 브랜드 커피점이 어떠한 할인정책을 펴고 있는지 수준까지 인지할 수 있어야 텀블러 활용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커피전문점이 적극적 홍보캠페인에 나서는 한편, 최소 500원 이상으로 할인폭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