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결국 ‘호갱님’은 사라지지 않는건가요

입력 2014-09-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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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부 기자

필자는 최근 2년간 휴대폰을 무려 3번이나 잃어버렸다. 새 휴대폰을 마련할 때마다, 전국에 걸친 수천개의 대리점마다 단말기 가격이 천차만별임에도 발품을 팔 시간이 없는 필자로서는 매번 가까운 대리점에 들러 비싼 가격에라도 새 단말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필자 역시 ‘호갱님’이었던 것이다.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인 호갱님은 ‘제값을 치르고 단말기를 구매하는 고객’을 비하해서 만들어진 단어다. 지금까지는 단말기 가격과 정확한 보조금 흐름이 투명하지 않아 누구나 호갱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0월부터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지원금과 휴대전화 제조사가 제공하는 장려금을 구분해 알리는 ‘분리공시제도’가 핵심 조항으로 거론되면서 전국의 수많은 ‘호갱님’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정부(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 24일 핵심적 내용인 분리공시제를 제외한 단통법 고시안을 확정하면서 분리공시제도 도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보조금 가운데 이통사 부담분이 얼마인지 모르게 돼 고객을 위해 시행된다는 단통법이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이 분리 공시될 경우 소비자는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구매한 단말기 또는 구형 단말기를 가지고도 이통사 보조금만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단말기 출고가 인하도 요원하다.

이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규제개혁위원회가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권고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그는 법제처에서 ‘분리공시’ 조항이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 결과 위반되는 게 없었던 사안”이라고 반박한 것이 전부다. 물론 향후 방통위 상임위가 분리공시 내용을 단통법 자체에 법제화해 명문화하거나 법제처에 유권해석 요청을 검토하는 등 후속조치를 논의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역시 당장 5일 앞으로 다가온 단통법 시행 시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처사다.

사실상 고객을 위해 시행된다는 단통법은 이외에도 허점이 많다. 보조금 상한선이 30만원으로 정해졌지만, 이 역시 약정기간인 2년 내내 7만원 이상 요금제를 써야만 받을 수 있다. 7만원을 쓰다가 요금제를 낮추면 그만큼 보조금을 토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전화기를 쓰다가 잃어버렸을 경우에도 보조금을 다 토해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중고전화나 직접 단말기를 산 경우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중고폰의 경우 이미 보조금을 받았던 전화기라면 24개월이 지나서만 다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년 약정을 모두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단통법이 소비자에게 주는 이득은 무엇일까. 단통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헷갈릴 정도다. 결국 단통법이 시행되더라도 단말기 할부 판매를 유도하고 할부 원금과 금리가 얼마인지도 공개되지 않은 휴대폰 시장에서 분리공시제가 도입되지 않은 이상 수많은 호갱님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소비자 부담도 그다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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