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전력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이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낙찰 가격으로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10조5500억원을 써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제2의 도약을 추구하려는 최고경영층의 구상과 의지가 담긴, 100년 이상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자료를 통해 “현실적 필요성과 글로벌 경영계획,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며 “한전 부지 인수는 단순한 중단기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 건립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공사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맡고 호텔 운영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옥관리는 현대엔지니어링 자산관리부문이 맡을 예정이다. 기존 양재동 사옥은 남양연구소 지원 업무 등을 맡고 금융계열사는 여의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굵직한 공사가 없는 국내 건설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글로벌비지니스센터 시공을 어떤 건설사가 맡게될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통 그룹 차원에서 부지를 매입해 건축물과 관련 시설을 짓는 사업은 해당 그룹에 속한 건설 계열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차그룹 산하에는 시평순위 2위의 현대건설과 올해 현대엠코와 합병하며 10위권으로 단숨에 올라온 현대엔지니어링이 있다.
이들 건설사들은 한전부지 프로젝트에 대해서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토지도 매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물량 수주에 나서는 모양새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심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총 공사비만 3조원대로 추산되고 있어 실적 신장 등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뿐 시공권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면서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그룹사인 만큼 누가 시공권을 가져가더라도 그룹에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물산에 시공능력순위 1위 자리를 빼앗겼는데 만약 시공권을 가져 올 경우 다시 1위를 치고 올라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업을 주도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다만 부지 개발 및 건축과 관련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한전 부지 상한용적률을 800% 이하로 못박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상황이어서 이들 건설사들이 챙길 수 있는 수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룹의 인수전 규모에 비해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한전부지 입찰 성공 여부에 따라 계열 건설사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으나 실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