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싱글족, 싱글맘…처한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적 환경에 따라 가족의 형태는 급속하게 파편화되고 전통가족의 해체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연극이 속속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연극 ‘황금연못’(9월 19일~11월 23일,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8월 9일~10월 19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슬픈 연극’(9월 3일~11월 2일, 서울 아트원씨어터 3관) 등이 대표적이다.
전화 한통 걸려오지 않는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노만 부부에게 어느 날 외동딸 첼시가 노만의 80세 생일을 기념해 나타난다. 그러나 남자친구 빌과 그의 13세 아들 빌리와 함께였다. 남자친구와 여행을 위해 아들을 맡아 달라 말하는 딸 첼시다. 고집 세지만 마음 약한 은퇴한 대학 교수 노만 그리고 까다로운 남편을 받아주는 에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첼시 등을 둘러싼 갈등과 화해는 ‘황금연못’의 소박하면서도 해학 있는 문법으로 공감대를 넓힌다.
특히 연륜으로 무장한 이순재, 신구, 나문희 등이 채우는 생생한 호흡이 공연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나문희는 “무대에 서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박수를 받을 때 정말 행복하다. 기계 앞에 설 때와는 다른 사람과의 호흡이 참 좋다. 이 매력 때문에 앞으로도 연극을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무대의 애정을 드러냈다.
각박해지는 현대사회 속 소통 없는 가족의 단면도 고스란히 무대 위에 놓였다. 오랜만에 상경한 아버지가 아들과 노래방을 찾았다. 이유는 재혼 허락을 받기 위해서다. 도착하자마자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아버지, 그가 부끄러운 아들이다. 좀처럼 대화하지 않았던 부자는 이내 소통의 단절을 경험한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를 접한 관객은 맞물린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잊고 살았던 가치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이외에도 강신일, 남기애를 포함해 3쌍의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꾸미는 2인극 ‘슬픈 연극’도 눈에 띈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남편 장만호와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희망에 기대려고 하는 아내 심숙자의 저녁 풍경이 잔잔하고 담담한 어조로 다가와 감정의 파도를 일으킨다. 이처럼 공연장을 좀처럼 찾지 않는 중년층 관객까지 흡수하며 가족구성원의 의미를 되짚는 작품이 연극계 흐름으로 꾸준히 환영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