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식품사업에 올인한다. 명실상부한 ‘유통 공룡’을 이끄는 그가 향후 신세계그룹의 차세대 동력을 ‘식탁’에서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 먹거리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얻겠다는 계획을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선 계열사들이 따로 운영하던 식품 관련 사업을 신세계푸드에 집중시키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 하반기 내로 제과제빵 계열사인 신세계SVN과의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세계SVN은 베키아에누보·달로와요·더메나쥬리 등 고급 제과제빵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350억원이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기업 경쟁력과 사업 효율성 강화를 위해 신세계푸드에 단체급식업·외식사업·식품유통업 등 식품사업을 양도했다.
정 부회장은 식탁을 점령하기 위한 신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초 간편가정식 브랜드 ‘요리공식’을 론칭하며 식품제조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국, 탕, 찌개 등 130여종의 제품을 이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 공급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
맥주 사업도 펼친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맥아와 맥주 제조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맥주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수입 맥주 판매에서 벗어서 직접 맥주 제조에 나서 주류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신세계푸드는 11월 서울 강남에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을 열고,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는다. 정 부회장은 웨스틴조선호텔 맥주 전문점에서 일했던 식음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을 만들어 맥주 전문점 개장을 준비했다. 크래프트 맥주는 작은 양조장에서 장인이 직접 빚는 맥주를 말한다.
한식뷔페 레스토랑 등 외식사업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신세계푸드는 다음달 1일 서울 여의도에 한식뷔페 레스토랑 1호점을 열고, CJ와 이랜드가 양분하고 있는 대기업 한식뷔페 레스토랑 시장에 뛰어든다.
정 부회장이 식품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그는 작년에 웅진식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식품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경쟁 업체인 롯데에 비해 식품사업이 취약해 그룹의 각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J그룹과 이랜드그룹 역시 탄탄한 식품 사업을 기반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존 유통망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백화점·슈퍼마켓 등 대형 유통망을 보유했지만, 식품사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기존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에 편의점 사업까지 뛰어들면서 식품사업을 확대하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