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저지른 정부부처 공무원의 47%가 감봉·견책 등 경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의 잇단 성범죄 관련 비위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솜방망이’ 징계로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은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성 관련 정부부처 공무원의 징계현황’을 통해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등 성범죄 관련 공무원 징계는 총 373건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주 의원에 따르면 성폭력을 저지른 공무원은 211명에 달했고 성매매가 86명, 성희롱이 76명으로 나타났다. 기관별로는 교육부(구 교육과학기술부) 189명, 경찰청 77명,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 26명, 법무부 18명 등으로 밝혀졌다.
최근 5년간 정부부처 공무원의 성범죄 관련 징계결과를 보면 파면은 전체 373명 중 11%에 불과한 42명에 그쳤고, 해임 역시 17%에 불과한 64명에 그쳤다. 반면, 감봉이나 견책 등 경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각각 71명과 103명으로 47%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성폭력과 관련된 비위 공무원 211명 중 파면은 33명으로 15.6%에 불과했고, 감봉(29명)과 견책(38명) 등 경징계가 32%에 달했다. 성매매를 저지른 86명의 공무원 중 파면은 8명으로 9.3%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2009년 61건, 2010년 83건, 2011년 84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2년 64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다가 4대악 척결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공무원 성 범죄는 81건으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주 의원은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데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면서 공무원의 성범죄가 전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검찰수사관 성희롱 사건에서 검찰관계자가 신체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성추행은 아니고 일반 직장에서도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공직사회의 성범죄 징계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현실성 없는 징계기준을 꼽았다. 현행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상 징계기준을 보면 성범죄는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으로 분류돼 있는데 공금 횡령, 직권 남용 등 다른 비위 유형과 동일한 기준으로 징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 의원은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주는 만큼 가해자의 비위 정도와 고의성을 징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지난 2011년 11월 ‘음주운전 징계기준’을 별도로 신설해 음주운전 관련된 징계를 세부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공무원 성범죄 징계기준도 별도로 신설하고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