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 료는 어떻게 ‘CF킹’이 됐을까 [기업과 스타]

입력 2014-08-0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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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료(왼쪽)와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사진=AP뉴시스)

청년과 노신사가 나란히 필드 위를 걸었다. 청년은 싹싹했고, 노신사는 다정다감했다. 할아버지와 손자 관계라도 되는 걸까. 둘의 관계는 시샘이 날 만큼 행복해보였다. 2010년 가을 정취가 무르익던 10월의 어느 날, 일본 가나가와현의 도츠카 골프장 풍경이다. 청년과 노신사는 일본의 ‘골프황제’ 이시카와 료(23)와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 중 한명인 미타라이 후지오(77) 캐논 회장이다.

두 사람은 캐논이 주최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캐논오픈 프로암에 참가, 같은 조에서 함께 라운드를 진행했다.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은 일본 전역에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일본 최고의 스포츠 스타와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는 5시간 정도의 짧은 만남을 통해 일본 스포츠사에 오래도록 기록될 사건을 만들어냈다.

이시카와는 미타라이 회장과의 프로암 라운드를 통해 정중한 태도와 깔끔한 매너를 선보였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의 청년 이시카와는 미타라이 회장에게 친절하게 레슨까지 해주는 모습이었다.

미타라이 회장은 프로암 시상식에서 대회 관계자와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11년 캐논오픈 개최를 약속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이시카와 선수의 정중한 태도와 깔끔한 매너에 반했다. 누구라도 그와 함께 라운드하면 열성팬이 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녔다”며 이시카와의 매너를 극찬했다.

캐논오픈은 2008년 총상금 2억엔(20억1000만원) 규모로 JGTO 정규투어에 포함됐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대회 규모를 줄여 총상금 1억5000만엔(15억1000만원)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캐논은 계속되는 경영 악화로 캐논오픈의 존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다수의 임원들은 폐지를 주장했고, 2011년 개최는 무산되는 듯했다. 결국 이시카와의 깔끔한 매너와 진지한 모습이 꺼져가던 캐논오픈을 되살린 계기가 됐다.

이시카와는 열여섯 살 아마추어 신분이던 2007년,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 골프계를 발칵 뒤집었다. 다음해인 2008년 JGTO에 정식 데뷔, 마이나비ABC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상금순위 5위(1억3600만엔ㆍ10억7000만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09년에는 최연소(18세) 상금왕(1억8300만엔ㆍ18억4000만원)에 올랐다.

당시 이시카와는 일본 스포츠 선수를 대표하는 CF스타였다. 편당 출연료가 13억~15억원(2010년 당시 환율)을 호가하는 엄청난 몸값을 자랑했다. 잘 생긴 외모에 호쾌한 장타력까지 갖춰 경기력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스타였다. 나이도 어려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바로 그것이 그가 CF킹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약점이 많았다. 파워히터로 명성을 날렸지만 기복이 심했다. 데뷔 첫해는 무려 9차례나 컷오프를 당했고, 상금왕에 오른 2009년에도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경기가 2번이나 됐다. 톱10 진입률은 50%를 밑돌았다. 롤러코스터 마인드컨트롤과 함께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다 이시카와는 캐논의 계약 선수도 아니었다.

이시카와는 당시 요넥스골프로부터 메인 후원을 받았고, 지금은 캘러웨이골프(메인), 아우디, 카시오, ANA(이상 서브)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미타라이 회장의 결단은 더욱 이슈가 됐다.

총상금ㆍ골프장 대여료ㆍTV 중계료ㆍ기타 운영비를 포함하면 대회 개최를 위해 약 5억엔(50억9300만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했다. 캐논의 계약 선수도 아닌 이시카와에게 불과 5시간의 짧은 만남을 통해 지갑을 열어준 미타라이 캐논 회장의 통큰 결단은 이시카와가 왜 CF킹인지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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