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 시장의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형건설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폭탄에 잔뜩 움츠려 있다. 여기에 금감원의 구조조정 기업에 건설사가 대거 포함됐고 건설노조마저 파업을 선언하며 말 그대로 내우외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내 건설사 중 법정관리·워크아웃 중인 곳은 18개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8곳이 줄어든 것이지만 구조조정 중인 건설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들 건설사 중 일부가 시평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주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를 보면 34개사를 C와 D등급으로 분류했는데 이중 무려 21곳의 건설사(C등급: 4곳, D등급 17곳)가 퇴출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C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지난해(14곳)보다 10곳이 줄었으나 D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오히려 지난해(6곳)보다 11곳이 늘었다.
현재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는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삼호, 동일토건, 동문건설 등 8곳이다.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는 쌍용건설, STX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남양건설, 우림건설 등 9곳이다. 이번 대상 기업들까지 포함될 경우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받게 되는 건설사는 총 38곳까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듯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건설사의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연내 졸업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설사는 금호산업 정도가 꼽힌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추석 이후 금호산업에 대해 워크아웃 졸업 가능성 검토를 위한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회사 및 76개 채권단과 협의해 워크아웃 졸업 여부를 결론짓게 된다.
금호산업의 최근 실적만 봐도 졸업은 긍정적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1·4분기 당기순이익 136억원(포괄손익계산서 기준)을 내는 등 2013년 말 실적이 ‘턴어라운드’된 이후 흑자행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진행한 ‘길음역 금호어울림’ 등 상반기 분양도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평택 용이 어울림’ 등 미분양도 대부분 정리된 상태다. 하반기 영업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졸업이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일단 올해가 지나기 전에 (워크아웃)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아직 채권단의 실사가 남아 있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희망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계획(MOU) 이행 약정이 올해로 끝나는 삼호와 진흥기업은 기한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각 주채권은행이 반기 결과를 토대로 연장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고려개발의 채권은행은 이 회사의 워크아웃 기한을 작년 말에서 오는 2015년 12월31일까지로 2년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