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2011년 도입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에 실익이 적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명지대 경제학과 빈기범, 우석진 교수에게 연구의뢰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2011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82개 품목 중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53개 품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정 이전 2년간(2010∼2011년) 연평균 16.6%였으나 지정 이후 2년간(2012∼2013년)은 3.9%로 12.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연평균 14.4%에서 4.5%로 9.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총자산증가율 역시 적합업종 영위 기업은 12.2%에서 6.3%로 5.9%포인트 떨어졌으나, 전체 중소기업은 10.7%에서 7.6%로 3.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자본지출(CAPEX·기업이 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기계장비, 토지, 건물 등의 물적자산을 획득하거나 개량할 때 지출되는 비용) 역시 적합업종 지정 전후 2년을 비교할 때 3.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합업종 지정은 해당 중소기업의 수익성과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적합업종 영위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정 이전 평균 4.7%에서 지정 이후 평균 3.8%로 0.9%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전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4%에서 4.3%로 0.1%포인트 둔화됐다.
명지대 빈기범 교수는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영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구노력에 대한 기여효과도 적은 만큼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국민 경제 성장을 위해 도입된 적합업종제도의 정책적 타당성에 대해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적합업종 보호제를 둘러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중소기업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82개 품목의 적합업종 만료가 올해 말로 다가와 이달 하순부터 재지정 논의가 시작되자 중소기업측은 중소기업의 고유성과 기술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합업종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대기업측은 보호 기간이 끝나는 82개 품목 가운데 50개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