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를 통해 “이달 중 기술신용정보 제공기관(TCB)을 오픈해 쉽게 기술 정보에 접근토록 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올 하반기 금융권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기술금융 활성화가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업이 가진 기술의 미래가치를 평가해 금융을 지원하는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이 하반기 들어 본궤도에 진입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18개 시중은행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 등이 체결한 기술신용정보 활용을 위한 금융기관 업무 협약식에 참석해 “올 하반기를 기술금융의 원년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술신용보증과 한국기업데이터(KED)를 기술신용정보 제공기관(TCB)으로 지정하고,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기술금융 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하반기 각각 500억원 규모의 기술신용정보 기반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특허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식재산(IP) 담보 금융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자체 기술신용평가 능력을 높이기 위해 3분기 경영실태 평가에 기술신용정보 활용도를 반영할 방침이다.
이에 은행권도 기술금융 시대를 맞아 조직을 개편하는 등 관련 부서를 서둘러 설치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담보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수급을 위해 지난해 7월에 10여명으로 구성된 기술평가팀을 발족했다. 올 초 3명의 전문인력을 추가로 뽑았다. 신한은행도 창조형 중소기업 육성을 돕기 위해 지난해 7월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TDB(Tech Data Base) 설립추진단을 정식 부서인 기술정보부로 확대 개편했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은행의 기술평가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또 적정자본 유지에 따른 부담도 해소해야 한다. 기술만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것은 원리금 상환의 위험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창업 1년 후 62.5%에서 5년 후 30.2%로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하락한다.
아직 담보로 제공되는 기술에 대한 은행권의 평가 시스템은 미비한 실정이다. 시스템 구축은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만든 TCB가 오히려 은행들의 기술금융 활성화 노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책정된 기술평가 수수료는 건당 100만원으로 은행들이 대출시 TCB에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기술평가의 난이도나 대출 규모에 관계없는 수수료다. 은행 입장에선 아무리 기술력이 좋은 기업이라도 대출을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은행들은 대출 규모가 최소 3억원이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수료를 감안했을 때 3억원 미만의 기술금융을 취급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호영 우리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공적인 기술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이를 국내 은행의 자체적인 시스템으로 구현하기까지는 거액의 투자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