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중심으로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와 미국의 금융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브릭스판 개발은행 설립이 어느새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은 10일(현지시간) 끝난 미국ㆍ중국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유례없이 제 목소리를 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대화에서 “환율 움직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위안화 절상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나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중국의 경제회복세는 너무 약하고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자본 흐름은 아직 완전히 정상적이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할 수 없다”고 단호히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미ㆍ중 전략경제대화가 한창 진행 중인 9일 브릭스 회원국인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이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많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브릭스가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물론 브릭스 각국 관리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으로 대변되는 현 금융체제를 전복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IMF에서 신흥국 지분 확대 등 개혁 이행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런 행보에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AIIB는 분명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와 자금조달, 지속성 측면에서 ADB와 WB 등 기존 체제와 견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다음주 개막하는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중국 등 브릭스 회원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사실 브릭스 개발은행 논의도 수년간 진행됐으나 중국과 인도 등 회원국 내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행이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