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과 롯데 일가에서 형제간 지분율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후계 구도와 관련한 경쟁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양 그룹은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 2일 최대주주가 조석래 회장에서 조현준 사장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 사장은 지난 1일 효성 주식 3천500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의 지분율은 10.33%까지 올라 조 회장(10.32%)을 앞섰다.
조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도 최근 주식 매입으로 지분율을 10.05%까지 끌어올렸다.
두 아들의 지분율 경쟁은 지난해 3월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회사를 등지면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 계기였다.
원래 효성의 3형제는 각각 7% 수준의 효성 지분을 보유한 채 후계자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였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자 후계 구도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조현준 사장의 지분율은 동생인 조 부사장보다 1.29% 낮았지만 현재는 역전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효성의 경영권을 놓고 두 아들의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 회장이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건강 문제도 최근 불거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효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고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협의해 꾸준히 지분을 사들인 것"이라며 "경영 승계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를 놓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벌이는 지분율 경쟁도 시장의 관심거리다.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분율과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신 부회장은 최근 롯데제과 주식 529주(0.04%)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3.89%까지 높였다.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각각 5.34%, 6.83%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6월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6천500주를 매수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매입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신 회장의 주식 매입에 지분율 격차가 벌어졌고 이후 신 부회장의 추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경영권을 놓고 본격적으로 지분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 회사라는 상징성이 있는데다가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산 것은 롯데미도파를 합병하면서 발생한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단순히 개인적인 투자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