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창업투자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꼽히는 ‘크라우드 펀딩’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 고용기 회장은 27일 서울 여의대방로 이투데이 사옥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IT산업현장 정책 좌담회’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소개하며 정부에 법제화를 요구했다.
고 회장은 “국내에서 창업을 해 IPO(기업공개)를 하는데 12년이 걸리는데, 창업 기업은 ‘죽음의 계곡’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패 여부가 결정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정부가 기업 투자를 융자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대부분의 자금 출처가 정부와 은행이기 때문에 벤처기업의 자금 구조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죽음의 계곡의 기간에 투자를 받지 못한 벤처기업들은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기업 투자에 대한 해법으로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털(VC) 투자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엔젤투자는 개인들이 돈을 모아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형태를 말한다.
고 회장은 “하지만 엔젤투자가 벤처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전체 신규 자금 중 약 1%정도 수준”이라면서 “VC의 경우 기업당 18억원을 투자하는데, 새싹 기업보다 투자할만한 기업에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속해서 “VC의 경우 투자 재원 자체도 기업 고유의 자금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위탁받거나 투자를 받은 자금이기에 투자받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 회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새싹 기업들은 성장가능성이 있어도 일정한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면 투자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 기업들은 엔젤 투자를 통해 죽음의 계곡을 극복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엔젤 투자 활동량이 상당히 적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활동 누적 엔젤투자자수는 약 537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미국은 약 27만명에 달한다. 엔젤투자가가 투자를 하면 정부가 함께 투자하는 1:1 매칭 펀드의 경우도 기업입장에서는 투자를 받으면 양질의 자본이지만, 현재까지 179개 기업에 280억원 정도만이 투자된 상태다.
고 회장은 “현재의 엔젤 투자 수준으로 죽음의 계곡을 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집단지성을 이용한 크라우드 펀딩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라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이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은 소액 엔젤 투자가를 만드는 것이며 엔젤투자가 필요한 국내 현실에서 충분한 해법이 될 것”이라며 “2012년 4월 미국에서 잡스(JOBS)법이 제정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인터넷 주주를 모을 수 있도록 법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5월 정부가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과 함께 크라우드펀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논란 속에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