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브랜드로 친숙한 종합건설사 현대산업개발. 현대산업개발은 최대주주인 정몽규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 호시탐탐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최근 10년래 처음으로 영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상황이 녹록지 않자 정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며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에서 1999년 분리독립 = 현대산업개발그룹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한 9개 계열사로 분리 독립하며 출범한 종합건설개발 대기업 집단이다. 1976년 창립된 한국도시개발과 1977년 현대양행이 자회사로 설립한 한라건설이 1986년 합병하면서 현재의 현대산업개발로 상호를 변경했다. 계열분리 후 대주주는 현대그룹 창업자 고(故) 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인 고(故) 정세영 회장이었으며, 현재는 정세영 회장의 장남인 정몽규 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주력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을 정점으로 계열사들이 수직형 출자관계를 이루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그룹은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1999년 아이콘트롤스를 설립했으며, 아이투자신탁운용과 세일기계를 편입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2001년 ‘IPARK’ 브랜드를 선보여 인기를 얻었고 2005년 계열사인 ‘현대역사’의 상호를 ‘현대아이파크몰’로 변경했다. 2006년에는 영창악기를 인수하고,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플라스틱’의 이름을 ‘현대EP’로 변경했다. 2011년 아이시어스와 비즈니스서비스그룹을 계열사에 추가했다. 현대산업개발그룹은 현대산업개발이 상장사 현대EP의 지분 46.3%를 보유 중이며 이외 영창뮤직(82.6%), 아이앤콘스(95.2%), 아이서비스(56.6%), 현대아이파크몰(81.5%), 아이파크스포츠(100%), 평택동방아이포트(23.8%), 북항아이브리지(66.0%), 동영에코파워(100%), 호텔아이파크(100%) 등 국내외 23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정 회장, 아이콘트롤스 활용 현대산업 지분 확대 = 현대산업개발의 현재 최대주주는 정몽규 회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지분 13.63%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 일가가 15.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콘트롤스의 현대산업개발 지분 3.38%를 합치면 18.83%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 아이콘트롤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3.38%를 보유하며 현대산업개발→아이서비스→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고리 내에 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아이콘트롤스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지분을 확대했다. 아이콘트롤스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2010년 1.82%, 2011년 2.30%, 2012년 말 3.38%, 지난해 말 3.38%로 늘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직접 늘리는 방법 외에 순환고리 내 회사를 통해 경영권을 공고히 한 것이다. 이는 템플턴자산운용이 줄곧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늘려온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때 2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던 템플턴자산운용이 정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오른 것이다. 당시 템플턴 측은 경영권에는 관심 없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정 회장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템플턴은 올해 현대산업 지분을 줄곧 매도해 현재 14.12%까지 비중을 낮췄다. 이로써 정 회장은 현대산업에 대한 경영권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셈이다.
◇10년 만에 적자전환… 주택사업 비중 높은 게 흠 =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영업적자 1479억원을 기록하며 10년래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액은 2012년 3조3340억원에서 8828억원 늘어났다. 2012년 대비 26.5%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도 1034억원에서 지난해 147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2012년 53억원에서 지난해 2012억원 순손실로 집계됐다.
현대산업개발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지를 정리한 것이 영업적자로 이어진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부천약대 재건축에서 발생한 매출손실과 대손충당금 977억원을 반영하고 장기간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던 대구월배 2차 아파트와 울산 약사지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442억원의 공사손실이 반영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약점은 주택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현재 10대 건설사들의 경우 매출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거두면서 주택사업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0년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7.8%였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58.4%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대형사들의 주택사업 비중이 대부분 10~20%대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나치게 주택사업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해외시장 부진과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다 보니 사업성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템플턴의 지분 매각이 지난해 4분기 1831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실적 발표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에 비춰 투자매력이 감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