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사업화는 매뉴얼대로 한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기술이 사업화되는 과정은 기술 창업, 기술 투자, 기술 이전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공통적 요소는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혁신의 리더십이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 창조적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하는 기업가 정신이 결여된 상태에서 기술 사업화는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 즉 기술 사업화는 테크놀로지 푸시(Technology Push)가 아닌 마켓 풀(market Pull)이고, 공공 주도(Public Push)가 아닌 민간 주도(Private Pull)이어야 한다. 기술 사업화 영역은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이 승화해야 하며, 공공성에 앞서 시장성이 우선하는 영역이다.
각종 기술 사업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술 사업화 수준이 하위권에 처진 근본적 이유는 기업가 정신을 살리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우선 모태 조직이 될 수 있는 대학과 연구소를 보자. 현재 대부분의 연구과제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다. 연구 과정은 엄격한 관리 절차에 의해 공공기관이 통제한다. 심지어 식사 장소와 금액 그리고 야식 시간도 관리 대상이다. 각종 감사는 수시로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연구진은 내재적 동기부여를 상실한다. 가치 있는 본질적 연구보다는 형식에 맞춘 보여주기 연구를 하고, 이를 보고서로 잘 포장한다. 도전의식과 소명 의식이 사라진 결과, 공공 연구소는 불패(不敗)의 관료주의가 지배하게 된다.
기술 사업화 조직들도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절반이 넘는 임시직 매니저들과 순환 보직의 리더들이 이끄는 기술이전 조직이 과연 기업가 정신을 꽃피울 수 있겠는가. 기술 이전에 따르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해야 할 기술 이전 조직에 인센티브가 없다면 과연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지속되겠는가. 대학과 연구소 정규 직원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면 어떻게 이들에게서 열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기업가 정신 부족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과 연구소의 수장들이 진실로 시장과의 융합을 통한 기술 사업화를 원한다면 산업계를 이해하는 교수와 연구진을 대폭 보강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대학과 연구소에는 산업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가 기준에서도 기술 사업화보다는 논문이 중요시된다. 실질적 산학연 개방 연구는 줄어들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목숨 걸고 개발하는 기업체에 비해 숭고한 연구를 내세우는 대학 연구소의 제품화 연구에서의 승부는 끝난 지 오래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대학 연구소가 비교우위를 갖는 분야는 지식재산권(IP) 분야다. 실질적 기술 사업화의 핵심은 대부분 IP로 이뤄지고 있다. 제품 개발이 아니라 IP 개발에 주력한다면 산학연 협동 연구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IP 중심 개발은 미국의 바이-돌 법과 같이 IP의 민간 이전을 활성화시켜 준다면 급속히 촉진될 것이다. 이제 IP 중심 연구 개발전략에서는 IP를 기타 예산으로 산정하는 현재의 연구개발 예산 기준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덧붙인다.
또한 연구원뿐만 아니라 기술 사업화 조직의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원 조직의 인센티브는 정부와 기관 내부에서 통제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기술 사업화 정책은 실험실 창업 제도다. 1998년 도입된 실험실 창업 제도는 내재적 동기부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획기적 대안이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지원이 없는 문화에서 활성화되기 어려웠다. 국가 연구소에서의 연구원 창업이 2001년 이후 급속히 위축된 현상은 기업가 정신을 통한 창조적 도전이 실패를 회피하는 안정 지향보다 월등한 전략이라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만 개가 넘는 연구실에서 연간 5000개의 창업이 이루어지면 창조경제의 목표인 성장과 고용의 목표는 달성된다. 이를 활성화시키는 핵심은 실패에 대한 지원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혁신을 통한 이기심의 선순환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