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관련자가 국가로부터 생활 지원금 명목의 보상금을 받은 경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없도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오재성 부장판사)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에 대한 김모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신청인이 동의해 보상금을 받으면 민주화운동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면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도 사라진다.
지난 1978년 긴급조치 1·4호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은 김씨는 2005년 보상금 1000여만원을 수령했다. 그는 작년 재심에서 누명을 벗고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내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생활 지원금을 지급받은 사람은 가구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라며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국가배상을 받게 되는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손실보상과 손해배상은 엄격히 구분되는 개념인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배상 청구권을 제한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신청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동일방직 노조원이었던 최모씨 등 2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배소송에서 국가 보상금을 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