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조정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 악재가 불거지며 코스피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13일 이라크 내전 발발 우려 속에 코스피지수는 1%대 급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지수는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선별적 종목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라크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안도했던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가 이라크 내전이라는 또 다른 악재에 직면했다”며 “조기 진정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원화 강세 현상이 국내 수출 등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조정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는 가운데, 이라크 악재가 돌발변수로 작용하며 투매로 이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13일 코스피지수는 20.80포인트(1.03%) 하락한 1990.85에 마감했다. 21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도 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날만 2545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ISIL)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동지역 수주 차질과 유가 우려로 정유, 화학, 건설, 항공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정유주는 오랜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3.48%, S-Oil과 GS는 각각 1.62%, 0.35% 상승했다. LG화학도 0.36% 올랐다. 반면, 중동 수주와 관련된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4.47%, 2.35% 하락했다. 대한항공은 1.58%, 아시아나항공은 0.62% 내렸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정유업체들의 마진이 개선되고 석유제품 가격 상승도 나타날 수 있어 정유ㆍ화학주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선일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중단으로 나타날 수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항공사들의 전체 사업비용의 40%가 원유와 관련돼 있어 이라크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라크 사태 추이를 주시하는 가운데 장기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라크 사태는 아직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내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라크 악재가 우크라이나 정정 불안처럼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며,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면 코스피지수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