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급실적 4조6000억원을 기록한 카드복합할부금융상품(이하 카드복합상품) 놓고 폐지를 요구하는 현대·기아차, 현대캐피탈과 소비자를 위해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카드사, 캐피탈사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오는 17일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끝장 토론을 벌이기로 했지만 해결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은행연합회에서 소비자단체, 학계, 카드사, 캐피탈업체, 자동차제조사 등 관계자들이 모여 카드복합상품 존폐를 놓고 끝장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카드복합상품의 법 위반 여부와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이 유리한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카드복합상품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일시불 결제하면, 결제액을 캐피탈사가 대신 갚아주는 금융상품이다. 대신 고객은 캐피탈사에 할부로 결제 금액을 갚는 구조다.
이에 대해 현대ㆍ기아차 등 자동차 제조사는 금융당국에 카드복합상품 폐지를 요구해 왔다. 이 상품이 불필요한 가맹점 수수료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20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할부로 팔면 전부 수익으로 잡히지만 카드복합상품은 마진의 2% 가량을 수수료로 떼고 1960만원만 받게 되는 셈이어서 제조사 입장에서 좋을 리 없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프로모션 비용 축소로 고객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향후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차값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 2011년 86.6%에서 지난해 74.7%로 떨어졌다. 전체 신차 판매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66.8%에서 56.5%로 2년새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반면 카드사와 중소 캐피탈사 진영은 글로벌 기업인 현대ㆍ기아차가 카드복합상품으로 인해 제조 원가가 인상된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 상품이 최저 4.9%까지 낮은 금리로 할부를 이용할 수 있고 카드사 캐시백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반대 진영에서는 카드복합상품의 평균 금리가 5.9%대 이고 실제 4.9% 금리대를 이용한 것은 전체 취급액의 10%에 못 미친다고 맞섰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결제 이후 3영업일 이내에 대금이 정산되니 부실 위험이 없고 관리비용이 따로 들지 않아 고스란히 덩치를 키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카드복합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JB우리, 아주, KB, 메리츠, BS, 하나캐피탈 등 중소 캐피탈사는 이 상품이 폐지되면 영업사원, 대출중개인 등 관련 종사자 1000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영업사원이 상품을 권하는 과정에서 카드발급이 전제가 되는데 이 때 모집인 코드 없이 제휴를 맺은 카드사 뿐 아니라 타 카드사 모집을 권유할 수 있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카드복합상품의 총 취급규모는 4조6000억원으로 카드사별로 보면 현대카드가 1조9000억원, 삼성카드가 1조3000억원 가량을 취급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본업 비율 규정 위반으로 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상품 폐지에 따른 타격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