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역삼동 아이엠아이 서울 지사에서 만난 이재원 게임사업부 이사는 한국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지만, 생산자적 측면에서 중국의 위상은 한국을 뛰어넘었다고 강조했다. 규제 이슈와 해외 게임의 높은 점유율 등 안팎의 요인으로 국내 게임 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게임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되는 중국 게임이 매년 200~300종에 달하고, 그중 10~20%가 인지도를 갖게 된다. 이 중에서 성공하는 게임은 5% 정도다. 출시 게임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올라가고 있다.
이 이사는 “과거에 비해 중국 게임 개발 수준이 상당이 높아졌고, 국내 게임사들도 중국 게임에 소싱을 집중하고 있어 중국 게임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이사는 “국내는 게임 개발을 활발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새로운 게임이 필요한 업체들에게 중국 게임은 상당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게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과 개발력 차이가 많이 났다. 당시엔 한국을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국 개발력은 거의 한국과 동등해졌으며, 기획력까지 한국의 실력을 따라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이사는 “북미 지역은 사실상 개발 스튜디오가 많지 않고, 유럽은 개발되는 게임이 많지만 배경에서 문화적 이질감이 존재한다”며 “중국 게임은 유저들의 정서와도 잘 맞고 새로운 게임을 접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도 중국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글로벌 감각을 지닌 한국에서의 성공 사례가 필요하기에 국내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그는 “업체들은 게임을 출시한 후 한 국가에서만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여러 국가에 출시하고자 한다”며 “유독 눈이 높은 한국 시장에 게임이 서비스되고 유저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해외 사업을 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업체들은 다양한 국가에 게임을 출시하고, 사업 경험을 중국 내의 지식으로 전환시키며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급자적 입장에서 중국 개발사의 파워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이 이사는 “국내 업체들이 좋은 게임을 가져오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가격이 자연스레 올라가고, 중국은 더 좋은 위치에서 국내 업체들을 선정하게 된다”면서 국내 업체 간 중국 게임 모셔오기 경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업체가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판호’ 규제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 게임이 한국에 입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라는 게 이 이사의 진단이다.
이 이사는 “국내에선 중국 게임 판권에 대한 숫자 제한이 없다”며 “이에 반해 중국은 해외 게임을 규제하고 자국 게임을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게임 산업을 성장시켰던 부분을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 출시되는 게임 중 중국산이 100%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중국 게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100% 부정적으로만은 볼 수 없다는 게 이 이사의 견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이제 생산보다 유통·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