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대신 ‘생활임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홈플러스ㆍ이마트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28일 홈플러스 합정점을 비롯해 전국 6곳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100만원 남짓한 최저임금 수준으로 노동자 임금을 책정하는 대형마트도 생활임금을 도입해 직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38% 수준으로, OECD가 권고하고 있는 노동자 평균임금 50%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너무 낮아 제 역할을 못하는 최저임금 대신 가족을 부양하고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형마트 노동자 대부분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로, 계약 시간에 따라 월급이 100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60만원 수준인 경우도 많다.
이마트 정규직 노동자 2만7000여명 가운데 지난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1만2000명 및 캐셔 직원을 포함한 정규직 2만여명 사원들의 기본급은 월 100만원 초반대다. 시급은 2005년 4100원, 2014년 5670원으로 10년간 15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훨씬 많은 홈플러스는 2007년에서 2012년까지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73.8%, 54.5% 성장할 동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시급은 18.1%만 인상했다.
노조는 “10년을 넘게 일해도 임금과 노동조건, 어느 것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게다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불법ㆍ부당행위가 만연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부천시와 서울시 노원구ㆍ성북구는 공공부문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 조례 및 행정명령을 시행 중이고, 울산 북구 및 서울시, 경기도는 조례안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당이 공공부문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생활임금 도입을 핵심 의제로 채택했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현실화를 위해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정책질의, 최저임금 심의에 의견 반영 등 제도개선 위주로, 홈플러스ㆍ이마트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