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이번 주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포스코의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인수가 막바지 과정을 밟고 있고, 다른 자산의 매각도 이번 주 속속 마무리된다.
철강업계에서는 동부그룹은 채권단이 제안한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매각 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인수가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금융계열사에 대한 당국의 구조조정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동부그룹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24일 동부그룹에 1260억원을 지원하면서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14.06%)을 담보로 요구했다.
당시 동부그룹에서는 금융 당국이 ‘허를 찔렀다’고 평가했다. 동부그룹의 금융 부문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나섰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김 회장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자리에서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담보 얘기를 다시 꺼냈다. 이미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동부화재(6.93%) 지분과 자택을 담보로 제공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담보금액은 1000억원대에 불과하다”며 채권단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매각가격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외부기관을 통해 실사를 한 결과,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매각 가격은 최소 1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동부인천스틸의 부채와 사업성을 고려하면 패키지 자산의 매각가 1조5000억원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가운데 LG그룹은 동부그룹의 동부하이텍 매각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LG는 지난 23일 시스템반도체 전문 설계업체 실리콘웍스를 인수했다. LG가 인수한 지분은 실리콘웍스의 최대주주 코멧네트워크가 보유한 16.52%와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2.89%다. 인수대금은 865억원이다.
LG그룹은 1999년 기업 구조조정에서 반도체 사업을 불가피하게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겼다. 이후 ‘LG 오너들이 반도체 사업을 다시 쳐다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업계에 회자됐다.
그러나 LG가 실리콘웍스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반도체 위탁생산) 동부하이텍의 인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LG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면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가능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춘다. 김 회장도 동부하이텍이 국내 대기업에 매각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실리콘웍스의 인수는 칩 설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고 파운드리 생산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산은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동부특수강과 동부당진항만의 지분 100%를 각각 1100억원과 1500억원 인수한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도 이르면 이번주 본계약이 체결된다. 동부그룹은 KTB PE에 동부익스프레스를 31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매각만 성사되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7부 능선을 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