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제임스(가명)씨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 보험사에 충분한 치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보험사는 한국말이 서툰 제임스씨에게 보상 내용과 치료 방법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계속해서 합의해 줄 것만을 요구했다. 이에 제임스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급증하며 금융권의 ‘외국인 고객 모시기’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금융서비스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금융거래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로 언어 장벽에 따른 의사 소통을 꼽았다.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외국인 민원 중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불완전판매와 외국인고객 차별 등이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소비자와 금융거래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이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언어 장벽 등에 따른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주장 17건이 뒤를 이었다. 국내 금융 법규·관행과 금융자산의 상속·증여 등에 대한 문의도 각각 17건, 5건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하며 금융서비스 수요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으나 관련 상품은 부족한 실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외국인 특화 영업점을 열고 외국인 전용상품이나 주거 등 비금융서비스와 접목한 금융상품 등을 출시하고 있으나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외국어 상품설명서를 제공하고 외국인 전담 설계사와 외국어 콜센터를 마련하는 등의 초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도 외국인 고객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단기 수익 창출이 어려워 관련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어 콜센터, 외국인 전용금융센터와 같은 제반시설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예구 KB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다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업의 모습을 사회공헌(CSR) 활동과 연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외국인 소비자와의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인 수익에만 치중해서는 외국인 금융거래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은 저소득층 외국인 고객에게 영업과 CSR 활동을 연계하고 있다”면서 “상품판매와 대출 등의 실질적 사업과 금융교육 지원 등 접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를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HSBC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HSBC Premier’와 ‘HSBC Advance’로 구분해 전담 관리자가 맞춤 금융정보를 제공한다”면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외국인 고객을 세분화해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