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C3홀. 앳되보이는 남학생이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양복을 입고 크로스백을 멘 한 남성이 곁을 지나가자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코엑스에서는 삼성 10개 계열사의 1·2차 협력사가 참여한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이 열렸다. 3회를 맞이한 올해 행사는 200여개의 협력사가 부스를 마련하고, 1만5000여명의 구직자가 현장을 방문하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오는 7월에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고등학생이 정장을 갖춰 입은 취업준비생들과 섞여 행사장을 누비는 모습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어리지만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누구보다 큰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열심히 기업 부스를 쫓아 다녔다.
경기글로벌통상 고등학교 3학년 서명인·박해상 군도 이날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20대, 30대 구직자들 사이에서 박람회 팸플릿을 유심히 보는 그들의 눈 빛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이날 박군과 서군은 ‘영업·마케팅’과 ‘기술’채용 기업관 몇 군데를 들렸다. 특히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기술분야 세션에 마련된 기업에 관심을 보였다.
서군은 “기업이 지방에 있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회사고, 또 숙식이 제공된다면 문제 없다”며 “오늘 박람회에서 좋은 회사를 만나고 싶은데 채용 조건에도 ‘대졸’이 더 많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군 역시 “기업들의 고졸 채용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며 “고졸 취업 기회가 더 많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화엔지니어링 면접 부스에는 이미 고등학생 5명이 현장 면접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신화엔지니어링은 면접을 진행하면서 채용을 하고 싶은 학생들의 학부모 연락처도 받아뒀다. 고등학생의 경우 취업을 할 때 부모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람회 전날 경남 거제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신화엔지니어링 서창조 관리부장은 “회사의 기술 이전이 끊기지 않도록 앞으로 기술자로 양성할 수 있는 고졸 인재를 찾으려고 왔다”며 “회사가 지방에 있는 만큼 숙식 제공 등 근무 환경에 대한 부분을 학부모들에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취업 설명회가 활성화 돼 있지 않은 탓에 몇 시간 걸려 채용 박람회를 직접 찾은 것이다.
목포해양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손혜진, 문태지 학생도 먼 거리를 감수하며 현장을 찾았다. 손혜진 학생은 “채용 박람회가 지방에 잘 열리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며 “서울에서 오늘 박람회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 걸음에 왔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박람회에는 취업 설명회관, 이력서 사진 촬영관, 면접 메이크업관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되어 구직자들의 호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