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 비서 출신 김혜경씨의 잦은 주소지 변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씨가 옮긴 주소지에서 차명부동산 의혹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7일 한국제약의 등기등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1년 3월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됐다. 등기 당시 주소지는 서울 잠원동의 W아파트 35평형 주택이다. 이 아파트는 김씨의 명의가 아닌 J씨 소유로 돼 있다. 이는 전세로 생활했을 가능성을 말해주지만 2년 뒤 주소변경 등기시 나온 주소지의 등기등본에는 차명 정황의 나타난다. 한국제약 법인등기에는 김씨가 지난 2003년 W아파트의 다른 세대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표기하고 있다. 김씨가 옮긴 아파트의 명의자는 C씨다. 하지만 김씨는 C씨 명의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6억5000만원가량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씨와 C씨의 관계를 짚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는 이후 지난 2010년 11월 주소지를 W아파트에서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대안리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리 주소지의 등기등본에도 이해할 수 없는 정황이 포착됐다. 김씨는 해당 주소지의 땅을 지난 2012년 9월 매입했다. 매입하기 2년 전부터 다른 사람 명의로 돼 있는 땅에 자신의 주소지를 옮긴 셈이다. 김씨가 대안리의 땅을 매입하는 과정도 수상한 부분이 많다. 김씨는 대안리 토지에 대해 일반적인 매매방법 대신 은행권에 잡혀 있는 제3자 담보대출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또 김씨가 대안리의 땅의 소유권을 넘겨 받을 때 법원에 신고한 주소지는 대안리 인근마을인 덕목리의 K씨 명의의 농지다.
특히 김씨가 지난 10년간 옮긴 주소지에서 등기등본상 명의자가 아닌 제3자에게 담보가 제공돼 거액의 은행 대출이 이뤄진 공통점이 있다. 이는 유병언 전 회장의 차명부동산으로 의심받고 있는 계열사 명의로 돼 있는 역삼동과 제주도 등 대부분의 부동산에서도 나타난다.
다판다는 회사 정리절차에 따라 매물로 나왔던 세모 소유의 역삼동 토지와 건물을 전직 세모 임원을 거쳐 다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모 임원이 명의를 소유할 당시에도 거액의 제3자 담보대출이 이뤄졌으며 해당 부동산에 대한 매매금액도 대출금 수준에서 이뤄졌다.
제주도 성산읍에 위치한 임야 41필지도 경매과정에서 계열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전직 임원이 사들인 뒤 아해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 소유권 이전 과정도 전직 임원이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이 채무를 아해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김씨를 유병언 전 회장의 핵심측근으로 보고 강제소환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한국제약는 김씨(68%)가 최대주주이며 유병언 전 회장의 아들인 유대균씨(10%)와 계열사 대표 변기춘(10%) 등이 나머지 주식을 보유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