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법이 개정되는 등 금융관련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무더기로 통과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도입 21년 만에 개정돼 차명계좌 개설이 전면금지되고, 보험 증권 등 비은행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배가 금지된다. 또한 금융지주사의 신용정보 공유가 제한되고, 공인인증서 사용 강조 조항도 삭제된다.
이에 따라 금융거래는 물론 국민의 금융 업무 전반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차명계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상정된 법안들은 2일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금융실명제법은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거래를 허용하는 현행 법의 맹점 때문에 결국 차명계좌가 부유층과 재벌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불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조치다. 19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법은 차명거래 문제로 ‘반쪽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아오다 21년 만에 대폭 개편됐다. 단, 가족 계좌나 동창회 회비 등 ‘선의’에 의한 차명거래는 예외로 인정된다.
정무위는 또 비은행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령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 할 경우 삼성전자 등 일반 제조업체 보유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그만큼 이같은 시나리오의 실현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재통합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 △대리점 가맹점에 대한 대리점사업자의 보복행위를 막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도 처리됐다. 산은법 개정안에는 정부가 산업은행 지분의 51% 이상을 반드시 보유하도록 해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의 후속조치로 추진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은 처리가 무산됐다. 해당 법안은 정보유출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물어주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4월 임시국회 통과가 유력했지만 정보유출 피해의 입증 책임이 금융회사가 아닌 피해자에게 있는데다 배상명령제나 집단소송제가 수용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소비자피해구제 효과가 미흡하다며 보다 더 강도 높은 입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