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과 업계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3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이투데이 주최 ‘금융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가한 금융권 관계자들의 발언이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계자, 은행, 증권, 보험, 여신,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전 업권을 대표하는 금융 종사자 등 총 13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인허가, 자산운용, 상품 및 영업, 지배구조 및 사회적 역할 등 총 5개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의 키워드는 ‘금융당국과 업계가 공감하는 과감한 규제완화’로 요약됐다.
◇“규제 일몰제 도입… 수시 창구지도 최소화해야” = 인허가 규제와 관련해 대다수 금융권 관계자들은 “유연성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은행 관계자는 “인허가시 요율과 상품문구 변경 등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규제를 재검토하거나 없애는 규제 일몰제를 도입해 수시로 이뤄지는 창구지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허가 절차 과정에서 유권해석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B생보사 관계자는 “시장논리에만 맡긴다면 소비자 논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불합리한 부분은 도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복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BIS비율로 건전성을 점검하고 있는데, 지점 설치 제한까지 하는 건 이중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RBC 등 추가 개선 필요” = 자산운용 규제와 관련해 금융업 종사자들은 금융회사에 대한 당국의 자산건전성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D생보사 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RBC) 규제를 당사자와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보사나 은행 등의 자산운용 제한을 풀어달란 목소리도 높았다. E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자사상품 운용규제(50%)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금융기관 소유 부동산의 유휴공간 임대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에서는 파생상품 운용에 대한 규제를 풀어 달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영업·마케팅 활동 규제 과도” = 상품 및 영업 부문에서는 상품 규제 및 영업활동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H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 등의 근거는 통계의 오류에 의한 것이 많고 DTI, LTV 등 규제 절차가 많아 금융종사자의 징계 가능성이 높다”면서 “판매촉진비 제한 등 소소한 제한도 많은데 규제의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큰 규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금리인하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보 관계자는 “가격 재산정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부분 등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손실을 사측이 부담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규제가 사회적 분위기나 관련 법 해석에 상충되는 부분은 당국이 확실하게 가이드라인을 세워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치금융 근절 대책 미흡” = 지배구조 부문에서 관치금융 근절 대책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K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 신뢰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배구조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문제다. 주주의 역할이 보다 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규모와 여건을 고려한 지배구조 규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L손보사 관계자는 “계열사간 거래가 있을 때 금융위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 거래 기준 금액이 실제 기업의 규모에 비해 너무 낮다”고 말했다.
◇“강압적 사회기금 조성 지양” = 토론 참자가들은 금융권의 강제적 사회기금 조성은 지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기금이 타의에 의해 조성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의 참여 의지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당국 주도로 사회기금을 조성하면 금융회사에겐 실익이 없다”며 “홍보 효과도 없고 기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잘 알지 못하게 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B손보 관계자는 “사회기금조성이 겉치레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회사 종사자들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