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국내 주가조작 세력에 칼을 빼든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불공정 거래가 급감하는 등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해 4월 ‘증권범죄 신속 처리절차(패스트 트랙·Fast Track)’ 및 ‘증권범죄 합동수사반 신설’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 발표를 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사범을 근절하라는 강력한 방침을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박 대통령은 “개인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 출처, 투자수익금 출구, 투자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년의 활동 성과는 수치로 보면 꽤 성공적이다. 불공정 거래 역시 급감해 시장 투명성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신규 접수된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사건은 186건으로 전년 대비 31.4% 감소했다. 이 중 한국거래소 통보 사건은 115건, 금감원 자체 인지 사건은 71건이다. 특히 금감원 자체 인지 사건은 지난 2012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가 조작을 신고하는 이들을 일컫는 주식 파파라치, 즉 ‘주파라치’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 거래 신고 건수는 전년의 596건에서 626건으로 늘었다. 포상 건수는 47건에서 50건으로 증가했고 연간 포상 액수 역시 5847만원으로 전년의 3262만원에 비해 큰 폭(79.2%)으로 늘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침체돼 거래 자체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신고 건수는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주가조작 엄단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가조작 엄단이 오히려 거래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불공정 거래 과징금 확대 등의 법안은 1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주요 법안 처리 필요성이 지적되는 이유다.
아울러 금융위, 금감원, 검찰 등 유사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개선하고 조직 신설에 따른 ‘성과 올리기’가 무리한 수사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감독 당국은 ‘주가조작 세력과의 전쟁 1년’에 이른 만큼 국내 주가조작 세력에 집중했던 불공정 거래의 조사 타깃을 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을 비롯한 해외 투기세력으로 넓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홍콩 등 해외 금융당국과 공조 수사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산하 제4분과위원회(커미티4))에 회원 가입을 신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커미티4에 가입하면 각국 금융당국과 수시로 교류할 수 있다”며 “검은 머리 외국인은 물론 공매도 세력 등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