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약 5년만에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하게 된 배경에는 경쟁사보다 막대한 인력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해서다. 매년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인건비 부담까지 큰 절박한 상황이 황창규 회장의 구조조정 결단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9일 KT에 따르면 이 회사의 유선전화 수익은 매년 4000억원씩 감소하고 있다. 2010년 4조3458억원이었던 유선전화 매출은 2011년 3조8169억원, 2012년 3조3756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2조9794억원으로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유선사업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지만 공기업 시절부터 유선사업을 운영해왔던 KT 입장에서는 이를 내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KT는 각 계열사들을 통해 인터넷TV, 렌터카, 카드 등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통신분야 매출을 메우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에 KT는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으로 149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은 악화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은 경쟁사보다 무려 6배나 많다. KT는 2009년 구조조정을 거치며 직원 수를 3만6000명에서 3만1000명으로 줄였지만 이석채 회장 시절 새로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시 1000여명이 증가했다.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KT 그룹의 총 인력은 6만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통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직원 수는 4192명, LG유플러스는 6780명에 불과하다. 이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16조6000억원, 11조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T는 지난해 23조810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경쟁사에 비해 직원 1인당 생산성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2만1000명에 달하는 유선사업 부문의 인력은 KT 수익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KT가 방만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전 회장도 지난해 11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인건비가 더 소요되니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갖지 못했다”며 인건비 축소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황 회장이 이번 특별 명예퇴직을 시행한 것도 결국 인건비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방만경영 혁파를 이뤄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오는 6월 예상됐던 구조조정 시기를 급하게 앞당겨 이달 시행한 것도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조직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황 회장의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황 회장은 취임 직후 본부조직을 9개 부문으로 통폐합하고, 전체 임원 수를 기존 130여명에서 100명 안팎으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노조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고 명예퇴직 시행에 합의했다. KT노조 차완규 정책실장은 “지난달부터 사측과 협의회를 구성해 1주일에 두 번씩 경영위기, 진단, 복지, 인력, 사업구조 등에 대해 논의한 후 합의한 사항”이라며 “지난해 적자에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에 대해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의 목소리도 있다. 이 전 회장의 경영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다. 제2노조인 KT새노조 측은 “구체적인 발전 전략은 취임 3개월이 되도록 발표조차 하지 않으면서 선택한 전략이 단기적ㆍ일시적 인건비 절감을 위한 명예퇴직이었나”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