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가 머스크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때문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4월초 현재 256억 달러 수준. 테슬라는 대표상품인 ‘모델S‘의 지난해 판매량이 2만여대에 불과하고 여전히 적자를 못 벗어난 기업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970만대를 팔아치운 GM의 시가총액이 549억 달러임을 떠올리면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모델S는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가 테스트한 260여개 자동차 모델 가운데 ‘최고의 자동차’로 선정됐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80km를 달린다. 출발해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4.5초로 웬만한 스포츠카를 능가한다. 가격은 7만~9만5000달러로 비싼 편인데 올해 중국시장에도 진출한다. 머스크는 “당장 2015년 중국시장에서 모델S 판매규모가 미국 수준에 다가설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새로운 중국 내 공장 설립이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중국 내 무료 초고속 충전기(Supercharger) 네트워크 비용도 부담할 계획이라고 한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환경 이슈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전기차는 온실가스 배출 염려가 없는 친환경 자동차의 일종이다. 물론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를 쓴다면 친환경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일반 자동차와 비교할 순 없다. 탄소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운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외에도 유럽의 폭스바겐과 BMW, 중국의 BYD 등이 주도하고 있다. 더욱이 테슬라는 연간 전기차 50만대분에 공급 가능한 배터리 생산공장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2차전지 시장에서 앞서 나간다고 자부해온 우리 기업들로선 전기차 연관산업에서 벌어지는 선도업체들의 투자 공세가 부담스럽다.
친환경 이슈의 또 다른 축인 태양광 발전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화석연료 발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최근엔 건물 외벽의 투명 유리에서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기술이 등장했다. 독일의 태양광 기업 헬리아텍(Heliatek)은 40%의 투명도를 지닌 유기 태양전지(organic solar cell)를 공개했다. 투명하면서 크기가 크고, 효율도 좋은 태양전지를 만들어내는 단초를 얻은 것. 건물 유리창에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은 전자제품이나 디스플레이용 터치 스크린에 사용하는 신개념 태양전지 소재를 발표했다.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 MIT대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태양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스스로 조립하며, 수리할 수 있는 박테리아 세포를 만들어냈다. 대장균에서 추출한 이 박테리아는 무생물과 결합할 수 있는 생물막(biofilms)을 생산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결합으로 수많은 신상품이 나올 토대가 마련됐다고 한다.
전기차가 세계 최고의 차로 인정받고, 태양광 발전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낯선 모습이다. 스티브 잡스는 누구나 알아도 엘론 머스크는 잘 모른다. 우리가 화석연료 자동차와 원자력, 화력발전에 안주해 있는 동안 세계는 무서운 속도로 친환경을 산업화하고 있다. 거기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친환경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영역일 뿐 아니라 시장을 창조하고 남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경쟁우위 전략의 핵심이다. 거기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