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의 유쾌 상쾌 통쾌]“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

입력 2014-03-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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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병법(吳子兵法)에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역사에도 이 말이 맞다고 느껴지는 사례는 꽤 있다. 조선시대 27명의 왕 가운데 선조는 가장 무능했던 임금으로 꼽힌다. 왕위에 오를 때부터 정통성 시비에 휘말렸던 선조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고, 그 결과 나라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지도자의 중요성은 비단 전장이나 정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의 총수나 최고경영자처럼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도 지도자에 버금가는 역할이 요구된다.

무능한 경영자는 회사의 발전을 저해하고 경쟁에서 낙오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해 섬유유연제 시장 1위였던 피존의 추락은 경쟁업체의 분발이나 업황의 부진이 아니었다. 이윤재 회장의 청부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피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존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쳤고, 가짜 제품까지 대량 유통되면서 피존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지도자 개인의 부도덕 외에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영자 역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최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산 11조5000억원의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에 올랐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보다 먼저 회장에 취임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성적표는 기대 밖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의 시장 점유율은 19.3%(작년 9월말 기준)로, 정 회장 취임 당시(2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경쟁업체인 롯데와 신세계는 백화점의 성장한계를 인지하고 아웃렛 시장에 뛰어들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양사보다 약 6년이나 늦은 올 연말에야 아울렛 매장을 오픈하는 등 한 발 늦은 행보도 보였다. 이미 롯데와 신세계가 시장을 선점한 아웃렛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정 회장의 인수·합병(M&A) 작품인 ‘한섬’과 ‘리바트’도 함께 거론되는 사안이다. 두 회사는 현대백화점 품에 안긴 지 2년이 지났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바트는 경영진 교체라는 초강수로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2%대에 불과해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과거 롯데, 신세계와 함께 ‘빅3’로 분류됐던 현대백화점그룹이 현재 ‘빅3’ 중 롯데나 신세계와의 격차가 더 커졌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흘러 나온다.

최근 정 회장은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무능한 지휘관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인가, 아니면 잠시 주춤했지만 화려한 상승을 이끈 명장으로 올라설 것인가.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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