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담배소송’진행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26일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들어 소송가액 확정과 외부 변호인 선임 공고안 발표를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건보공단은 이날 오전 담배소송가액을 최종 확정 발표한 뒤 외부 변호인 선임 공고안을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25일 저녁 소송가액 발표를 돌연 취소한데 이어 이날 오전 외부 변호인단 선임 공고안마저 취소했다.
건보공단의 예정대로라면 15일간에 걸친 외부 변호인 선임 절차를 거쳐 내·외부 변호인단을 구성한 뒤 이르면 4월 중순 정식으로 소를 제기하게 된다.
지난 24일 임시 이사회 이후만 해도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은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됐다. 김종대 이사장이 참석한 이사회에서는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302억원대의 시나리오별 소송규모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소송업무 전권을 법무지원실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법무지원실은 외부 변호인단 자문 등을 거쳐 소송가액 적정성 및 소송가액에 따른 승소가능성 등을 검토, 최종 소송가액을 결정한 뒤 외부 변호인단 공모안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다.
안선영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이사회에서 소송 금액 결정에 대한 권한을 실무진에 위임한 관계로 소송금액이 정해지면 다음 번 이사회에서는 사실상 소송 제기 결과를 보고할게 될 것”이라며 “소송금액 등이 이사회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하루만에 상황이 뒤바뀌며 김 이사장은 말은 번복한 꼴이 됐고 그 속사정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건보공단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김종대 이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먼저 외부 변호인단을 구성한 뒤 그들의 검토를 통해 소송 가액을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법무지원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실무진의 안에 대해 이사장이 신중을 기하기 위해 외부 변호인단을 먼저 꾸린후 최종적으로 검토해서 소송가액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담배소송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건보공단측도 관계기관 협의의 주체가 재정부와 복지부라는 점을 부인치 않았다.
그동안 재정부와 복지부는 담배소송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임시 이사회에도 재정부와 복지부는 ‘담배소송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담배의 결함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인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건보공단측은 “담배소송에 좀더 신중을 기하자는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뿐 외압 가능성은 없다”고 일각의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하지만 담배소송 소송가액 확정 발표 취소에 이어 외부 변호인단 선임 절차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외압 논란은 더욱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