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담배소송 소송가액 확정 발표를 26일 돌연 연기했다.
관계기관 협의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담배소송이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기획재정부(재정부)와 보건복지부(복지부) 등 담배소송에 부정적이었던 정부부처와의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보공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소송가액과 외부 변호인단 선임 공모 공고를 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25일 저녁 소송가액은 추후 발표키로 하고 외부 변호인단 선임 공모안만 발표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외부 변호인단을 우선 선임하고 재정부와 복지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좀더 거친 후에 소송가액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입장 선회는 김종대 이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먼저 외부 변호인단을 구성한 뒤 그들의 검토를 통해 소송 가액을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법무지원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 24일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어 6개 담배소송 시나리오를 보고받고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302억원대의 소송 규모를 사실상 확정, 소송업무 전권을 법무지원실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법무지원실은 외부 변호인단 자문 등을 거쳐 소송가액 적정성 및 소송가액에 따른 승소가능성 등을 검토, 최종 소송가액을 결정한 뒤 외부 변호인단 공모안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다.
당시 안선영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이사회에서 소송 금액 결정에 대한 권한을 실무진에 위임한 관계로 소송금액이 정해지면 다음 번 이사회에서는 사실상 소송 제기 결과를 보고할게 될 것”이라며 “소송금액 등이 이사회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하루만에 김 이사장이 말을 번복하면서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보공단측은 좀더 신중을 기하자는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뿐 외압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정부와 복지부가 제동을 걸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임시 이사회에서 재정부와 복지부가 ‘담배소송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담배의 결함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인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고 밝힌바 있다.